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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스위스편 - 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

방송일 : 2019-04-09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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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마음대로 떠나는 자유여행의 이야기꾼, 김소라입니다. 지난 시간 저희는 잠시 동유럽에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다시 방향을 틀어 서유럽의 중심, 스위스로 떠나봅니다.
스위스는 왼쪽으로 프랑스, 남쪽으로는 이탈리아와 근접해 있는 나라로 인구 약 861만 명의 나라입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도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곳이 조금 익숙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위스는 사실 주변 국가에 비해 무척 작은 영토를 가진 나라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우 부강한 나라입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4개를 보유하고 있고, 3년 연속 국제 경쟁력 세계 1위국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니까요.
특히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이라는 아주 독특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대전 때, 유럽을 전부 집어 삼키겠다던 나치 독일마저도 스위스는 건드리지 않았을 정도니, 영세 중립국으로서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스위스의 영세 중립국 선언을 인정한 이유는, 스위스가 일부 국가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세계 질서 수호에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의 정 중앙에 위치한 스위스에는 국제 연합 UN의 전신인 국제연맹, 국제 노동기구,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 세계 기상기구, 세계 무역기구, 국제 적십자 위원회, 국제 올림픽위원회 등 수많은 국제기구의 본부가 위치해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스위스의 정치 경제 정보였구요, 지금부터는 스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사실 저는 스위스의 정치나 경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눈부신 설원과 파란 호수, 그리고 평온한 들판과 같이 스위스의 전형적인 자연 풍경이 너무나 보고 싶었을 뿐이죠. 그래서 스위스에 발을 내딛는 순간, 꿈에도 그리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감격으로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자꾸 말씀드리니 더 궁금하시죠?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알프스 산맥으로 함께 출발합니다!
(요들송 BGM)
이런 음악 들어본 적 있으세요? 이 음악은 스위스 알프스 지방의 전통 민요와도 같은 노래로, “요들송”이라고 부릅니다. 알프스 지역은 온통 산봉우리에 깊은 골짜기가 많은 지형이라, 옛날 양을 치던 목동들은 서로 떨어져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외쳐 서로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신호 체계가 이렇게 노래 형식으로 발전했다고 해요.
사실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는 큰 산맥입니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높이 4,807m인 프랑스의 몽블랑인데요,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봉우리는 스위스 지역에 있는 마테호른, 융프라우 등입니다. 그 중에서 저는 유럽의 꼭대기 (Top of the Europe)이라는 별명이 있는 융프라우에 다녀왔습니다.
만년설, 그러니까 1년 내내 녹지 않는 눈 산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인터라켄의 작은 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나왔습니다. 눈길 닿는 모든 곳이 정말 그림과도 같았어요. 저 멀리는 구름이 살짝 걸쳐있는 높은 설산이 있고, 바로 옆에는 흰 수국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이 있고.. 군데군데 작은 개울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모든 집은 2층 남짓한 통나무로 지어져 정말 동화 속 한 장면과도 같은 곳이었죠. 그렇지만 이 풍경은 잠시 후 제가 보게 될 장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 부랴부랴 짐을 싸서 등반 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혹시 상상이 되시나요? 눈 덮인 산을 기차로 굽이굽이 올라가는 모습이요. 인터라켄 동역에서 큼지막한 유리창이 나 있는 기차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열차는 산 중턱 쯤에 있는 간이역에 한 번 정차를 합니다. 그럼 타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다음 열차로 갈아타고, 방금 타고 온 열차는 다시 역으로 내려가죠. 갈아탄 열차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융프라우 정상으로 향합니다.
저는 괜찮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고산증으로 힘들어 하더라구요. 하긴, 해발 3,454m나 되는 높은 곳이다 보니 몸이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겠죠. 백두산이 2,744인데, 그것보다 700여m나 더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창밖으로는 깜깜한 동굴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춥고, 어지러운 기운 때문에 잠깐 눈을 붙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한 20분정도 졸았을까요? 눈을 떠보니 융프라우 전망대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전망대로 걸어가는 길에는 이런 저런 장식들이 놓여 있었고, 세계 각국 언어로 된 인사글도 있었습니다. 조선말로도 “환영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남조선 관광객들이 이 곳을 엄청 방문한다는 뜻이겠죠? 한 편으론 자유로이 여행할 수 없는 북조선 동포들이 생각나 마음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전등으로 꾸며놓은 얼음 동굴을 걸어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었어요. 눈이 부실만큼 새하얀 눈이 온 천지에 가득했습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그렇게 강렬한 빛이 제 주변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죽기 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이 풍경 앞에서 주저할 것은 없었습니다. 저 멀리 빨간 바탕에 흰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스위스의 깃발 앞으로 향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거든요. 제 차례가 되어 저도 친구들과 함께 소위 말하는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인증샷이라는 말은 남조선 젊은 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유행어인데요, 유명한 장소에 왔거나 유명한 사람을 만나면 그것을 인증한다는 의미로 함께 사진을 찍곤 하는데요, 그걸 인증샷이라고 해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나중에 여행 가시면 꼭 그 곳에서 인증샷 한 번 찍어보세요.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사실 흰 눈과 산봉우리밖에는 볼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와. 내가 유럽의 지붕에 와 있다니. 교과서에서만 보던 알프스 산맥 꼭대기에 올라와 있다니.” 하는 벅찬 감동에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웠습니다.
열차 시간을 몇 분 앞두고, 융프라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두 가지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나는 엽서 쓰기였고, 다른 하나는 컵라면 사 먹기였는데요. 매점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있어서, 엽서를 사서 편지를 보내면 한두 달 후 쯤 받아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지금 이 감격을 담아 저는 부모님께 편지를 썼어요. 그리고 그 편지는 정말 두 달 뒤에 도착해 저희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렸죠.
또 하나는 바로 남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라면인 <신라면>을 사 먹는 것이었어요.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융프라우에 가면 꼭 신라면을 사먹어야 한다는 유행이 생겨서, 조선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줄지어 컵에 담긴 신라면을 사 먹더라구요. 미리 정보를 알았던 저는 한국에서 라면을 싸 왔기에 뜨거운 물만 사서 먹었는데요. 세상에 남자 주먹만 한 컵라면 한 개를 8달러에, 그리고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2달러에 팔고 있었습니다. 살인적인 스위스 물가를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시간이 되어 다시 열차를 타고,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내려갑니다. 햇살이 쨍하게 비추면서 먼 곳의 풍경까지 보였어요. 걸어 올라가는 사람,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니 들판에 방목된 양떼도 보입니다.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 때의 여유와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을 때 더욱 행복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평생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절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사실은 더 감사한 일이니까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마음에 간직한 채 저는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납니다. 어떤 이야기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입력 : 2019-04-09 (조회 : 141)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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