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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오선옥씨가 고향의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방송일 : 2019-01-04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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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설날이 왔어요. 즐거운 설날이 왔어요. ....설이 왔다고, 눈 속에서 발이 어는 줄도 모르고 해 종일 강아지랑 즐겁게 뛰던 어린 시절이 어제 같은데요.
하루가 한 달 같던 철없던 시절은 저 멀리 가고 지금은 달력 번지는 소리만 들어도 아이고, 또 한 달이 지나갔네, 그러면서 쏜 살같이 흐르는 세월을 붙잡아 두고 싶어집니다.
가족들과 헤어지고 이별의 고통이 얼마나 아픈가를 잘 아시는 분들에게는 더구나 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저는 올 한 해도 내 가족 형제자매들이 부디 죽지 말고 살아 있기를,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또 한 해를 시작합니다.
특별히 올 해는 황금 돼지해라고 하니 혹시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통일이 짠~하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렘으로 가득 찬 새해 첫,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오선옥씨는 북한에 사시는 그리운 동생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온지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박달나무도 얼어터지는 북방의 모진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을 혈육들을 생각하면 호강하며 사는 제가 미안해 질 때가 많습니다.
먹고 살 걱정도 기가 막힌데 엄동설한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먹을 것을 못 사더라도 땔감을 장만해야 했던 제 고향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온 이 후 꽃피고 낙엽이 지고 사계절이 벌서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눈 감으면 여전히 고향의 모습은 제가 고향을 떠나던 그 대로이고 아직도 그 곳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동생 생각도 간절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늘 동생에게로 달려가는 저의 간절한 마음이 고향에 있는 제 동생에게 꼭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운 동생에게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아,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니?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고 진달래가 화창한 봄날이 어제 같더니 벌써 또 한 해가 무정하게 가 버리고 새해가 밝았고 다시 강산을 차갑게 얼구는 겨울이 되었다.
가는 세월이 마냥 즐겁기만 하던 내 마음에도 이젠 세월의 서리가 내리고 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또 그렇게 세상 만물이 소생하고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온 세상이 꽃 속에 묻히겠지?
사랑하는 내 동생아, 내가 살던 고향에도 하얀 눈이 날리고 강산이 꽁꽁 얼어 붙었을거야.
눈사람 만들고 썰매를 타던 정다운 고향이 이렇게도 그립고 꿈에도 보고 싶어질 줄 나도 몰랐다. 더구나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있어 그런지 몰라도 동지섣달 찬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동생아, 너는 이 겨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내 마음이 다 시리고 아려온다. 너는 건강하지도 못해 항상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참아 내군 했지. 그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약도 부족한 그 곳에서 지금도 계속 아픈지, 늘 걱정이다.
나랑 같이 한국으로 왔더라면 벌 써 다 완치 되었을 텐데....순간의 선택이 우리를 이렇게 남과 북으로 갈라놓았고 소식조차 전할길이 없구나.
동생아, 이제 양력설도 지나고 새 해가 시작되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은지 몰라 서둘러 이렇게 펜을 들었다.
동생아, 언니 네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언니도 이젠 칠순이 훌쩍 지나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되었겠지. 아마도 많이 늙어버렸을 것 같아.
사랑하는 동생아, 회령의 향순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애들도 넷씩이나 되는데 고생이 많을 것 같구나.
그리고 너도 명철이, 금희 다 시집 장가도 보냈겠지. 조카들이 이제는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우리가 이만큼 늙은 건 당연한 일이지.
참, 세월은 흐르는 물 같다고 하더니 10대의 앳된 어린아이들이던 그 애들이 벌써 30대 중반이라니....
사랑하는 동생아, 이렇게 긴 세월 내가 너희들을 한 번도 만날 수 없으니 가슴 치며 통탄할 일이다.
보고 싶은 동생아,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데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 할 길이 없구나. 나는 너희들과 헤어져 이산가족으로 살면서 혈육의 정이 이렇게 물보다 진하고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꿈에서 너를 보곤 하는데 그런 꿈을 꾼 날에는 혹시 네가 더 아픈 것은 아닌지, 회령에 사는 향순이에게 어떤 불상사라도 생긴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단다.
그렇지만 늘 걱정 뿐 이고 한 번도 제대로 도와 줄 길이 없으니 걱정이 걱정으로 끝나고 아쉬운 마음, 한스러운 마음만 든다.
그리운 내 동생 현아야, 여기 소식도 간단히 전하려고 한다.
나는 한국에 와서 자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 한국은 북한에 비할 바 없는 좋은 복지사회이고 더군다나 노인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어.
나는 여전히 건강하고 친구들과 함께 1주일에 두 번 정도 등산을 다며 취미생활도 즐긴다.
혹 시 혼자서도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곤 하는데 그런 날이면 고향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고향에서 좋았고 즐거웠던 추억, 그리고 내가 한국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일, 지금 내 삶에 대한 즐거움... 그런 추억을 떠 올리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곤 한다.
사랑하는 동생아, 너희들이 항상 소심하다고 하던 철웅이는 회사 다니면서 돈도 잘 벌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혜란이는 대학공부 마치고 대학원을 나와 이제는 어엿한 박사가 되었다.
혜란이는 제 아빠를 닮아 공부하는게 제일 좋다며 열심히 공부하더니 끝내 꿈을 이루고 성공했어. 참, 이제 꽃피는 3월이면 결혼식을 한단다.
게다가 신랑감은 어디 한 곳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사람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부모의 슬하에서 잘 자라서인지 인물 좋고 체격이 좋고 마음씨까지 착하고 예의도 바른 것이 어디하나 빠진 것 없는 좋은 사람이다.
사랑하는 동생아, 나는 아무걱정 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저 걱정이라면 항상 고향에서 고생하는 너희들 걱정 뿐 이다.
최근에는 남북한의 정상들이 서로 만나고 철도, 도로 건설도 한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지고 있다. 나는 그런 뉴스를 들을 때면 당장 내일이라도 너를 만날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사랑하는 내 동생아, 나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네 건강이 제일 걱정이다. 너는 건강이 좋지 않으니 부디 건강을 잘 챙기기 바란다.
우리 가까운 앞날에 서로 만날 수 있으니 꼭 그 날을 기대하면서 너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알았지?
이제 만나면 그 때 네 병 치료 내가 다 해 줄 거야. 한국의 의학기술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 너는 잘 모를 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아, 네에 대한 걱정, 그리움을 안고 두서없이 쓰는 편지이다.
우리 다시 만날 그 날을 약속하면서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언니와 향숙이에게도 내 소식 꼭 전해주기 바란다.
잘 있어. 안녕히~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안 그래도 그리운 혈육들인데 아픈 동생을 두고 온 언니의 심정, 저도 안타깝네요.
그리고 오선옥씨는 자식들까지 한국에서 멋진 성공을 하고 그 자신도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 저도 너무 부러운데요. 그래서 북한 사시는 형제분들이 더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 지신 것 같습니다.
남북이 더 자주 오가고 통일을 위한 디딤돌이 하나 둘 씩 늘어 갈수록 통일을 바라고 그리운 형제자매들이 서로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원도 조금씩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북한 사시는 오선옥씨의 동생 분께서 언니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시길 저도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9-01-04 (조회 : 256)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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