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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편 (8) 아우슈비츠

방송일 : 2018-12-07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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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오늘은 저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유럽 여행 중 가장 충격받았던 장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독일어로 아우슈비츠, 폴란드어 지명으로는 오시비엥침이라 하는 지역에 위치한 수용소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자행한 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수행한 절멸수용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유대인 대학살, 인종차별 정책, 인간의 야만성을 상기시키는 주요 장소이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죠.
나치 독일이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등의 소수자들을 학살하기 위해 세운 절멸수용소 중 규모가 크고 구조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헝가리에서 바로 체코로 가지 않고 폴란드에 오게 된 것은 바로 이 수용소를 보기 위해서였어요.
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처음부터 유대인 학살을 위해 세워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 독일이, 폴란드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죠. 이후 소련군 포로들을 수용하게 되면서 기존 수용자들에 대한 학살이 일어나게 되었고, 또한 유대인에 대해 절멸하기로 나치가 결정하게 되면서,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살육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점령지 전역에서 끌고 온 수용자들은 기차역에 도착하는 즉시 분류되어 노동 가능한 사람들은 수용되고, 그렇지 못한 어린이나 노인, 질병을 앓고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가스실로 직행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가스실들이 제 1수용소에 남아있어 들어가볼 수 있었는데요,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속 위쪽 굴뚝에서 흰 햇살이 보였습니다. 잔혹하게도 그 굴뚝으로 유독가스를 내려보낸 것이죠. 그 광경을 상상하려니, 너무나도 소름이 돋아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죠.
이렇게 이 수용소들은 지금 현재 과거를 반성하기 위한 일종의 박물관처럼 공개되어 있습니다. 저도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서, 안내해주시는 분의 영어 설명을, 비록 짧은 실력이지만 열심히 들어가며 둘러보았습니다. 사실 설명을 자세히 알아듣지 못해도, 수없이 쌓여있는 안경, 의류, 목발, 이름 적힌 가방, 각종 생활도구, 신발, 심지어 삭발시키고 난 다음 머리카락들까지. 저렇게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들도 사실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수용자들을 찍은 몇몇의 사진들. 태어나고, 수용되고, 사망한 날짜가 적혀있더군요.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몇 달, 심지어 수용된지 며칠만에 사망한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우슈비츠 수용소 정문에 새겨진 문구, ‘아르바이트 마크트 프라이’, 즉 ‘노동이 자유를 만든다’라는 표어가 너무나도 끔찍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무더웠던 날, 뜨거운 햇빛을 쬐며 제1수용소에서 조금 떨어진 제2수용소로 향하니 이런 기분은 더 심해졌습니다. 제1수용소처럼 온전하게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제2수용소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훨씬 넓은 규모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늘이 하나도 없었기에 현기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지금은 무너져 있는 가스실의 흔적, 그리고 시체를 태우고 난 재를 뿌리던 연못 등. 마치 동물 축사같은 수용 건물들은 절반쯤 남아있었습니다.
제2수용소는 기차역이 있던 곳이라, 철길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 철길 따라 수많은 유대인들이 수송되어 오는 풍경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드넓은 평야 위에서, 분류된 후 수용되거나, 바로 학살당했던 것이죠.
사람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을까, 잔인함의 끝장을 본 것 같았습니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인류사에 있어 전쟁과 약탈은 끝도 없이 이어져왔지만, 이 시설은 그런 전쟁과는 궤를 달리하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미친 행위들이지만, 그래도 다른 전쟁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이득이나 물질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 수행되는 것이며, 그리고 정복한 이후에는 피정복민들을 차별할지언정 기본적으로 다스림의 대상으로 삼게 마련이죠. 그러나 이곳에서는 오직 인종의 절멸만을 위해 오히려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증오의 끝자락이죠. 인간성의 나락입니다. 아니, 나락이라고도 할 것 없는 비인간성이었습니다. 가스실에서 학살하며, 동시에 인체 실험도 수행했다고 하니 악마가 따로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더 놀라운 사진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일들을 수행한 친위대 장교들과 교도관들이 평범하게 웃고, 일상을 즐기는 모습의 사진을요. 배경이 바로 끔찍한 수용소인데, 그들은 그곳에서 해맑은 사진을 찍었더군요. 그들이 내린 명령으로 수백만 명의 수용자들이 죽어가고 있었는데도요.
무더운 날의 고단함과,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여 크라쿠프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내내 침묵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다녀온 이후에 역사와 전통있는 도시 크라쿠프를 둘러볼 생각이었는데요, 도무지 그럴 기운이 나질 않더라구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휴식이 필요했어요.
이름해서 ‘다크 투어리즘’, 즉 여행지의 밝은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역사나 사회 문제 등을 지켜보면서 생각하게끔 하는 여행이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이전에도 역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나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나그네라 생각하며, 여행에서는 너무 깊게 빠져들 생각은 없었던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즐겁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없다고 생각하면서 한 때의 감상으로 그쳐버렸던 것들을요.
하지만 ‘고통엔 중립이 없다’는 말을 되새겨봅니다.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에 깊게 만족하는 만큼, 그 나라와 민족의 아픔에 나는 공감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유쾌하지는 않을지라도, 여행을 통해 이런 아픔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관광객이 아닌, 여행지의 많고 다양한 것들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자가 되길, 그리고 그 때 느낀 생각과 깨달음들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이기에, 어떻게 와닿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러한 역사의 아픔은 휴전 중인 우리 민족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의미있는 시간이셨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입력 : 2018-12-07 (조회 : 133)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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