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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편 (7) 캠핑으로 여행하기

방송일 : 2018-11-23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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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캠핑으로 여행하기
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지난 번 이야기에서 저는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었고, 그리고 네카르 강변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머물게 되었었죠. 그리고 한동안 쭈욱, 여러 도시들의 캠핑장에 머물며 여행을 즐겼는데요, 오늘은 이 캠핑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사실 유럽까지 와서 캠핑을 하게될 줄은 저도 몰랐죠. 이전에 즐기던 자전거 여행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자동차를 빌리거나 하지 않았기에, 큰 배낭에 텐트와 침낭 같은 야영장비들과 취사도구 등을 들고다니려니 꽤나 무거웠거든요. 게다가 그 해 유럽은 이상기온으로 매우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오스트리아 빈에 이르러서는 더위 먹고 고생하기도 했었죠.
그렇다고 이 캠핑 여행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우선 싸게 구하더라도 20 유로가 넘는 비용을 들여야하는 비좁은 도미토리 숙소와는 달리, 넓직한 공간을 나 홀로 차지하면서도 비싸봤자 10 유로 남짓, 저렴한 곳은 8유로까지도 지내봤었네요. 기본적으로 화장실과 샤워실, 취사장을 구비하고 있으니 지내기엔 불편함이 없죠. 대부분 잔디밭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정해진 구역이 있는 곳도 있고 그냥 드넓은 곳에 자유롭게 텐트를 치게끔 하는 곳도 있어요.
보통은 도시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저처럼 등짐 짊어지고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구요, 캠핑용 자동차를 끌고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간혹 오토바이나 자전거 여행자들이 보이는 정도.
특히 멋졌던 것은, 나이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은퇴하고 난 뒤 캠핑용 자동차를 가지고 유럽 각지를 천천히 여행하시는 모습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요리를 준비하고 와인을 따서 할머니와 함께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하는 캠핑장의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보기 좋았죠. 나도 나이 들어 정년 은퇴를 하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저렇게 여행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하튼 캠핑장이 도시 외곽에 떨어져서 있다보니 캠핑장과 시내를 왕복하는 교통편을 미리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내 여행이 끝나는 저녁에, 식료품 가게에 들러 먹거리를 잔뜩 사오는 것이죠. 유럽은 한국에 비해 육류와 과일이 저렴해서 자주 사먹었어요. 가져간 휴대용 가스 버너로 요리를 해먹으니 여행 비용이 확실히 줄어들더군요.
숙소를 만드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잔디 밭에 우선 습기 방지 및 텐트 보호용 방수포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칩니다. 텐트는 방수가 잘되는 것이 좋아요. 유럽의 여름은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그래도 일교차 있는 날씨에 이슬은 꽤 맺히거든요. 그리고 텐트 안에 푹신푹신한 바닥 깔개를 놓습니다. 스티로폼 재질도 있고 바람을 넣는 형식도 있는데, 저는 현지에서 구한 스티로폼 재질로 깔았어요. 나중에 돌돌말아서 배낭에 매고 다니는 형식이었죠. 그리고 바람 넣는 베개, 한국에서 가져간 오리털 침낭이면 저만의 휴대용 잠자리는 설치가 완료됩니다. 푹신한 잔디밭 위에 깔았기 때문에 등이 배기는 일은 전혀 없었네요.
강변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드는 그 맛. 매연으로 찌든 도시 속 삶에 지친 저에게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아침에 텐트를 밝히며 쏟아지는 햇살은 힘차게 깨어날 힘을 주었죠.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일정이 지나 뮌헨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더 텐트’라는 신기한 캠핑장에 머물렀어요. 정말 거대한 천막들이 여러 개 쳐져 있었어요. 네, 텐트라기 보다는 그냥 하나의 건축물이었죠. 철골 구조에 두꺼운 천으로 지붕과 벽을 만든 것이니까요. 여하튼 그런 널찍한 실내 공간에, 조금 가격 있는 곳은 이층 침대, 나머지는 바닥에 담요 깔고 자는 그런 곳이었어요. 남녀 구분없이 수십 명도 잘 수 있는 드넓은 공간. 여기서도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알고보니 뮌헨에는 ‘옥토버페스트’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맥주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축제 때는 전세계인들로 미어터져, 시내의 모든 숙소가 가득 차버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시 외곽에 이런 형태의 숙소도 운영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재정 상황 좋지 않은 젊은이들이 하루이틀 묵어가기 딱 좋은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공동 샤워와 취사, 세탁기와 건조대 등이 구비되어 있어 지내기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요. 저도 뮌헨에서의 이틀 째는 숙소에서 차를 마시며 독서하면서 시간을 보냈네요. 사실 여행이 이 정도 길어지면, 정말 특별한 곳이 아니라면 유럽의 거리들은 어느 정도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그런 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도시 한 가운데 광장이 있고, 중세 때부터 내려왔을 법한 가옥들이 있으며, 큼직한 성당은 거룩한 느낌을 주죠.
그래서 들러야할 명소들은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보았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건물들보다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더 인상 깊게 남아있네요. 그리고 캠핑장에서의 인연들도요.
뮌헨 캠핑장에서는 저녁에 모닥불을 피웠고, 그 주변에 전세계에서 찾아온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었죠. 맥주를 마신 것도 아니었지만, 그 때의 이야기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질 않아요. 아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에요. 고향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었겠죠.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희미한 인상으로만 남게 되었지만, 그래도 캠핑장엔 친절한 사람들만 가득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 늦은 오후의 캠핑장. 하루의 여행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저는 제 텐트 앞에 털썩 앉아 지친 다리를 풀어줍니다. 깔깔대며 함께 텐트를 치고 있는 청소년들, 뛰어다니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 집밖에선 요리와 설거지를 전담하는 할아버지, 멋지게 고기를 굽는 아버지. 비록 찾아갔던 캠핑장마다 동양인이라고는 저 하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 풍경 속에서 이질감 없이 섞여 여유로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자연과 하나되는 그런 곳에서 머물렀기 때문일까요. 언제고 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유럽으로 캠핑 여행을 떠나보고 싶네요.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느긋하게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번 이야기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충격받았던 곳,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입력 : 2018-11-23 (조회 : 124)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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