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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유럽 편 (6) 아플 때는 쉬어가기

방송일 : 2018-10-19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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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플 때는 쉬어가기
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를 떠나, 독일 쾰른에서 시작됩니다. 가난한 여행자인 저는 오늘도 야간 버스에서 혼곤한 상태로 내렸는데요, 이거 몸 상태가 조금 이상하네요. 전날 파리를 돌아다닐 때 비를 좀 맞았는데요, 우산이 없어서 그냥 맞으면서 다녔는데 조금 쌀쌀하긴 했었죠. 여기 쾰른도 날씨가 흐리고 제법 추운 것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제가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군요.
일단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천천히 걸어가봅니다. 빵집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고소한 빵 냄새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더군요. 저도 그 냄새에 이끌려서 들어가,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와, 맛있네요.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보이는데, 정말 다양한 빵들을 열심히도 굽더라구요.
쾰른은 프랑스 파리와는 첫 인상부터 상당히 달랐어요. 평일 출근 하는 시간대에 도착해서 그런지, 그리고 관광지로서는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날씨나 제 몸 상태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조용하면서도 건실하게 일하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단 파리에 비해 길도 반질반질하고 깨끗했죠. 파리는 그렇게 청결한 곳이 아니었거든요. 길게 뻗은 라인강을 따라 화물선들이 오르내리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는 쾰른 대성당이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로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라인강을 건널 때부터 멀찌감치 보이면서, 현대 건물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더라구요. 종탑 높이가 무려 157 미터. 1248년에 짓기 시작해, 600년이 지나서야 완공되었다죠. 물론 그 기간 동안 건축한 것은 아니고 수 백년간 멈추어 있기도 했었습니다만...여하튼 근 천년을 버텨온 대단한 건축물인 것이죠.
게다가 다른 성당과는 다르게 매우 새까맣게 되어있는데요, 사실 성당은 거룩함을 드러내는 공간이므로 최대한 밝은 색조의 건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대를 지나 퇴색되어도 어두울 수는 없죠. 이것은 세계 2차 대전 때 쾰른에 쏟아진 소이탄의 영향으로 건물 전체가 그을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건물이 버틴 것도 대단하지만, 그래도 폭탄의 영향 때문에 기반에 문제가 생겨 지금까지도 꾸준히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문화유산이며, 독일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쾰른 중앙역 바로 옆이라 접근성도 좋구요. 이 쾰른이라는 곳 자체가 라인강변에 위치해 있는 교통의 요지이므로 로마 제국 때부터 군사 기지로 시작해서 발전한 정말 오래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손꼽히는 대도시죠.
다만 전쟁 때 폭격으로 도시가 깡그리 날아가서, 전통적인 건축물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웠죠. 성당 내부는 나중에 보자고 생각했는데 결국 안보게 되었네요. 사실 성당 내부는 대성당이라 지칭할 정도가 되면 비슷비슷하긴 합니다. 그래도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왜 들어가 보질 않았을까요. 기억이 명확하질 않네요. 아파서 그랬는지, 열려있지 않았는지...
여하튼 이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인이 건물에 기거하는 방식의 공동 숙소였는데요, 확실히 독일인답게 표정도 별로 없고 말투도 딱딱해 처음엔 화가 난 줄 알았어요. 그래도 개인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숙소 자체는 아늑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금액도 저렴했죠.
그리고 부족한 잠을 더 잘까 싶어 침대에 누웠는데, 바로 그 때 느꼈어요. 이것은 감기몸살이로구나 하구요. 그래서 그 날 하루는, 사실 여행을 하진 못하고 요양하듯 숙소에서 쉬었어요. 때마침 가까운 곳에 터키 식료품 가게가 있어, 저렴한 가격에 양고기와 파스타, 야채와 과일을 살 수 있었죠. 게다가 한국에서 쓰는 것과 같은 방식의 부탄가스가 있어, 앞으로 저의 야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독일엔 터키 출신의 이주민들이 많아, 이런 가게들이 많다고 합니다.
 숙소에서 차를 끓여먹으며 책을 보다가, 저녁에는 면을 삶아 치즈를 곁들이고, 매콤한 향신료로 간을 한 양고기와 양파를 구워 먹고는, 과일로 마무리했습니다. 약해진 몸에 든든한 것이 들어오니 이제야 살 것만 같더군요. 여행도 이제 일주일 째, 갑작스럽게 쌓인 피로들에 몸이 적응하지 못했기에 이런 휴식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굳이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것. 이 또한 여행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입니다. 우리집이 아니기에 색다른 맛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회복해서 독일을 여행할 힘을 새롭게 얻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제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는 잔잔하게 흐르는 네카르 강변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인데요, 유서 깊은 대학 도시입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무려 1385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는데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유럽 전체에서도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입니다. 도시 전체가 대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캠퍼스 한 곳에 대학 건물들이 모여 있는 우리와는 달리, 도시 곳곳에 대학 건물 하나, 강의실 여러 개, 이런 식으로 분포되어 있더군요. 특히 유명한 것은 ‘학생 감옥’인데요, 중세 때부터 대학은 자치 조직이었기 때문에 사고를 치는 학생들에 대해 영주에게 간섭받기 보다는 대학 자체적으로 처벌했던 것이지요. 감옥이라고 해도 도중에 수업 받으러 다녀올 수 있어서, 더 이상 사고치지 못하게끔 감시하며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답답한 것은 참을 수 없었던지, 감옥 건물 한가득 오래된 낙서들로 가득했는데요, 그 낙서들도 평범한 것들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학구적인 재능들이 엿보이는 재치 있는 것들이라,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하이델베르크 성.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거대한 규모의 성인데, 이 성이 유럽의 많은 성 중에서도 개성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반쯤 무너져 약간의 폐허처럼 느껴지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내부에는 전시 공간 같은 것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중세 때의 전쟁과 2차 세계 대전 때 파손된 성벽들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고 있어 묘한 감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성벽의 구조가 훤히 보이기도 하면서, 또 유수한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도 해주죠. 이 성에서 바라본 네카르 강과 하이델베르크의 모습은 참 고즈넉한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가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포인트. 네카르 강변에 위치한 멋드러진 야영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한국에서부터 큼직한 배낭에 텐트 같은 캠핑 용품들을 넣어 무겁게도 메고 다녔던 것인데요, 이 날부터 동유럽 프라하에 이르기까지 십 여일 정도를 캠핑장에서 숙박하게 되었어요. 유럽은 그야말로 캠핑 문화의 본거지로, 유럽 곳곳에 캠핑장들이 정말 잘 되어 있어 일반 숙소에 머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지낼 수 있어요.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유럽의 캠핑장 이야기, 그리고 제가 어떻게 캠핑장에서 머물며 여행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입력 : 2018-10-19 (조회 : 192)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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