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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남 암살 印尼 여성, 유튜브 스타 되고싶어 가담..."몰카인 줄 알았다

글 : 아나운서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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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풀려난 인도네시아 여성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정황과 심경을 낱낱히 밝혔다. 그는 리얼리티 TV쇼를 촬영한다는 북한인들에게 속아 수주 동안 ‘예행 연습’을 거쳤고, 그 대가로 금품까지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7)는 29일(현지 시각) 보도된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이샤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28)과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묻혀 살해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에 기소됐다.

두 사람은 2년 간의 재판 동안 줄곧 ‘리얼리티 TV쇼를 위한 몰래 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은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이샤와 흐엉은 2년여 간의 재판 끝에 각각 지난 3월과 5월 풀려났다.

아이샤는 2017년 당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었다. 1월 어느 아침, 한 택시 운전사에게서 ‘리얼리티 TV쇼에서 연기할 누군가를 찾는 일본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다음 날 한 고급 쇼핑몰에서 관련 미팅에 참석하게 된다. 아이샤는 그곳에서 제임스라는 이름의 남성을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일본 TV 프로듀서로 소개했다. 이 남성은 추후 리지우(32)라는 이름의 북한인 요원으로 밝혀진 인물이다.

아이샤는 제임스가 무작위로 쇼핑몰에 있는 남성 3명에게 접근해 베이비 오일을 바르도록 시켰고, 제임스는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아이샤는 "그는 내가 잘 해냈다고 말했고, 이런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누가 이런 행동을 보고 싶어하는지 물어봤더니 그들은 일본인들이 이런 것을 좋아한다고 했고, 싱가포르에서 방송될 큰 TV쇼를 위한 촬영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아이샤는 당시 북한인들이 자신에게 대가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15분 만에 400링깃(80파운드·약 11만4630원)을 벌었다. 당시 마사지사로 일하면서 고객 한 명 당 20링깃(약 5730원)밖에 벌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몇 주간 쇼핑몰과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오가며 같은 내용의 촬영이 계속됐고, 아이샤에게는 처음보다 많은 100파운드(약 14만7500원)가 지급됐다.

아이샤는 "제임스는 나를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했고, 나는 그가 비자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여권까지 줬다"며 "나는 이 일로 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 매우 흥분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준수한 외모의 제임스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아이샤는 미국이 아닌 캄보디아로 보내져 ‘미스터 장’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됐다. 미스터 장이란 인물은 김정남 살인 사건에 가담한 북한인 요원 홍종학(34)으로 밝혀졌다. 아이샤는 "미스터 장은 인도네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심각했고 나는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촬영은 계속됐고, 미스터 장은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는 아이샤에게 200달러(약 23만9760원)를 건넸다고 한다. 아이샤는 "다음 촬영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들었고, 난 내가 유명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한 돈을 받은 것도 좋았다"고 했다.
2017년 2월 13일 아침, 아이샤는 다음 촬영 회의를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미스터 장을 만났다. 미스터 장은 그날 촬영이 이전과는 좀 다를 것이라며 특정 목표물이 정해져 있고, 또다른 ‘배우’와 함께 촬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이전 촬영과 마찬가지로 작은 병에 담긴 액체를 아이샤의 손에 부었고, 출국장 인근에서 목표물인 한 남성(김정남)을 가리켰다. 아이샤는 "미스터 장은 그 남성이 자신의 회사에서 높은 상사라고 했고, ‘그는 매우 거만하고 화를 낼 수도 있으니 가능한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아이샤는 "유난히 긴장한 채 목표 남성에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한 여성(도안 티 흐엉)이 그(김정남)의 눈 위에 손을 얹었다"며 "그는 짜증나고 화가 난 것 같았다"고 했다.

아이샤와 흐엉은 김정남을 공격한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두 사람 모두 화장실로 가 손에 묻은 끈적한 액체를 닦아냈다. 데일리메일은 "이 행동이 그들의 생명을 구했다"며 "두 여성 모두 치명적 독성 물질인 VX를 손에 묻힌 채였고, 이는 거의 자살 행위였다"고 전했다.

아이샤는 이후 공항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낸 후 시내로 돌아갔다. 이틀 뒤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러 왔을 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 몰랐다고 했다. 아이샤는 "처음 경찰이 왔을 때 또다른 몰래 카메라 촬영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찰은 나에게 13일 공항에 있었는지 물었고, 내가 그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시인하자 나를 경찰서로 데려 갔다"고 했다.

아이샤가 공항에서 입었던 옷에서 VX가 검출됐고, 결국 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흐엉 역시 함께 기소돼 수감됐다. 아이샤는 "첫 법정 출두를 2주 앞두고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며 "내가 사형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두려웠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이샤는 수감 생활 당시의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교도관들은 이번 사건이 너무 큰 사건이라며 나에게 자살하고 싶은지 물어봤고, 내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북한이 내 조국 인도네시아를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매주 15분씩 부모님과의 전화 통화는 허용됐다.

아이샤는 이후 2년여 간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샤알람 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재판 당시 검찰의 기소 내용이 입증된 것으로 판단해 두 사람에게 자기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았다. 살인 혐의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김정남 살해에 관여한 정황이 확실했기에 과실치사 등 다른 혐의로 처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아이샤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 법원의 갑작스러운 기소 취소 후 석방됐다. 또다른 용의자인 흐엉은 두 달 뒤인 지난 5월 돌연 풀려났다. 두 사람 모두 풀려나면서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사람 중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다. 아이샤와 흐엉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아이샤는 여전히 자신이 "살인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당시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몰랐다"며 "그들(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북한 남성들)이 나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나는 그들을 너무 쉽게 믿었고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일이 있기 전에 김정남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북한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샤는 "감옥에서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찾아보고 나서 ‘내가 어떻게 이런 중요한 사람들이 연루된 큰 살인 사건에 휘말릴 수 있었나’ 생 각했다"며 "나는 작은 마을에서 온 소녀일 뿐이고, 그저 내가 장난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내가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임스와 미스터 장에게 매우 화가 난다. 나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내 개인사를 털어놨지만, 그들은 내가 살든 죽든 상관도 하지 않고 끔찍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력 :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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