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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약논란' 속 탄생한 지소미아…한일갈등 속 3년만에 존폐 기로

글 : 아나운서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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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2차 보복조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양국 간 유일한 군사분야 협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계속 발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이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이유로 안보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주고받는 지소미아 협정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리다.
정부와 여당은 일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아직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협정의 연장시한(8월 24일)이 얼마 남지 않아 조만간 파기 또는 재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안보갈등을 우려하는 미국을 의식해 일단 지소미아의 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일 갈등에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 한 양국이 계속해서 이 협정을 통해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년 '우여곡절' 끝 탄생…'밀실처리' '매국' 비난도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 원칙들을 담고 있다.
일종의 절차법과 같은 것으로, 상대국에서 받은 군사비밀 등을 해당 국가에서도 비밀로 보호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군사 Ⅱ급 비밀', 군사 Ⅲ급 비밀'로 비밀등급을 표시해 일본에 주고, 일본은 '극비·방위비밀, 비(秘)'로 분류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2차례 자동 연장돼왔다. 협정 연장시한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되는데, 이달 24일이 시한이다.
이 협정의 연원은 30년 전인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대북 군사정보 필요성에 따라 먼저 일본에 협정 체결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협정이 재추진돼 2012년 6월 성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밀실 추진' 논란이 제기돼 무산됐다.
물론 여기에는 민감한 군사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국민적 반일정서도 한몫했다.
지소미아 재추진이 결정된 건 그로부터 4년 뒤인 2016년. 북한의 4, 5차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 속에 한·미·일 안보공조 필요성이 부각된 시기였다.
특히 북한문제를 이유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 '대중봉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한·미·일 간에는 2014년 말 체결된 정보공유 약정이 존재했지만, 미군은 한일 양국이 직접적인 군사공조 체제를 구축하기를 원했다.
강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지소미아 협정은 재추진 선언 27일 만인 2016년 11월 23일 속전속결로 체결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국이 어수선했던 시절이어서 '졸속 협상', '매국 협상'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서둘러 서명을 하려다 보니 당시 가서명 과정에서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과 주한 일본대사가 서명주체로 참여하는 기형적인 모습도 만들어졌다.
당시 국방부는 협정 서명식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기자들은 이에 대해 협정이 밀약이 아닌 이상 비공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의 첫 군사협정은 이런 비정상적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했다.
◇3년간 26건 정보교류…효용성 평가도 '극과 극'
지소미아를 계기로 양국의 대북대응은 외교적 차원에서 군사적 차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협정의 효용성을 놓고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군 당국은 대체로 지소미아가 상당히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일본으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대북 정보출처가 다양해지는 만큼 더욱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의 대북 감시·정보능력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한국은 백두, 금강 정찰기를 통해 평양 이남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영상정보(시긴트·SGINT)를 수집한다.
고위급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에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해놓고 있다.
일본의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은 미국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정보수집 위성 6기와 1천㎞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천㎞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 초계기 110여 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보고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 일은 지소미아 체결 이후 최근까지 모두 26건의 정보를 교류했다.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2019년 4건(8월 2일까지 포함) 등이다.
교환되는 정보는 그 자체가 비밀이어서 한일 양측이 누가 어느 쪽에 얼마만큼의 정보를 제공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 일본에 북한에서 발사된 각종 탄도미사일 정보를 주고, 일본은 북한 잠수함 기지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동향,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분석결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상호주의에 의해 등가성 있는 정보를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손해'라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일본이 한국 측에 제공하는 정보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각종 탐지자산을 둔 한국과의 정보공유를 필수적인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한국군의 레이더에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이 정보를 신속하게 받는다면 충분한 요격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각의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8월 2일. 공교롭게 같은 날 새벽 2시 59분과 3시 23분에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그런데 일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날 우리 국방부에 북한 발사체에 대한 정보교류 회의를 요청해왔고 우리 국방부는 이를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 반전 없이는 '사문화'·'폐기' 수순 밟을 듯
사실 한일 갈등이 지소미아 폐기 등 안보 분야로까지 확전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대중 포위전략'으로 일컬어지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오면서 한미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에 비유해왔다.
여기에는 단순히 한쪽과의 동맹에만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또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를 거쳐 증원 병력과 군사 물자를 한국에 보낸다는 점에서도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이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종류의 정보 공유가 계속되도록 권장할 것이다. 이것(지소미아)은 우리에게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9일 첫 방한하는 에스퍼 장관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지소미아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 특강에서 "지소미아는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에 이를 끊게 된다면 한미관계는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정보협력이나 군사협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자칫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말라는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느냐'는 질의에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이 군사·안보적 협력 체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강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요구가)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설령 지소미아가 1년 더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반드시 연장시한(8월 24일) 안에 재연장 가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협정이 1년 더 연장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입력 :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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