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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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화씨가 북한에 있는 아들 딸에게

방송일
2020-02-18
진행
김정현
시간
금요일
 



<파랑새 체신소 >편지


북한에 있는 아들, 딸에게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그 동안 잘 있었는지?
너희들과 헤어진지도 어언 1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구나.
눈 감으면 아직도 눈에 선한 고향의 산과들을 뒤로 하고 내 살붙이인 자식들과 이별 한지도 벌써 15년이 흘렀다니 세월이 너무 무정한 것 같구나.
그 동안 너희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기는 매 한가지이겠지만 엄마는 너희들 생각을 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무엇 때문에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고 이렇게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들이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없이 이렇게 죽을 때까지 가슴을 쥐어뜯으며 가슴 아프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처럼 땅이 넓어서 자주 못 만나는 것도 아이고 중국처럼 사람이 너무 많아 만나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한 민족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화목하게 살아왔고 역사적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해 본적도 없는 나라였다.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너희들이 사는 모습이 눈에 보는 듯 하지만 엄마는 이 작은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서로 편지 한 장 전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구나.
대한민국이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곳 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식구 다 함께 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그 것도 너무 때늦은 후회인 것 같다.
그리운 내 아들아, 우리 손자 신혁이는 장가를 갔는지, 외손녀 효영이와 소영이도 많이 변했을 텐데...
내가 낳은 내 아들 딸 은 나이가 들어도 그 럭 저 럭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손자, 손녀들은 길에서 마주쳐도 몰라 볼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비통한 일이다.
그 애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 함께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니 그 애들이 다 자라도록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추억 한 가지도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2004년에 먼저 탈북한 딸이 손자를 데려다 달라고 해서 그 애 때문에 중국으로 갔는데 그 길이 이렇게 한국으로 까지 오게 될 줄은 정말 나도 몰랐다.
생각해 보면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사하던 어려운 때 네 아버지는 외화벌이를 하는 직장에 다닌 덕분에 우리 집 식구들은 너무 어려운 생활은 하지 않았지.
하지만 가난구제는 임금도 어렵다고 온 나라가 먹고 살기 위해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던 시기에 시련의 검은 구름은 끝내 우리 가정에도 몰려왔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큰 딸이 먼저 탈북을 하게 되었고 손자를 데려다 준다고 떠난 나와 네 아버지가 또 북한을 떠나게 되면서 영원히 이별 같은 건 모르고 행복하게 살 것 같던 우리 가정도 그렇게 이산가족이 되어 버렸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엄마는 자나 깨나 너희들이 걱정뿐이다.
여기에 사는 엄마 아버지, 언니나 동생은 새롭게 뿌리내린 고향에서 잘 정착해가고 있다.
네 조카는 자격증도 4개나 땄고 정부에서 도움을 주어 이제 독립적으로 가계도 하나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네 언니는 사우나 카운터에서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보고 싶은 내 아들아, 몇 년 전부터 너는 몸이 아프다고 하더니 지금은 괜찮아 진건지, 엄마는 항상 네가 걱정이다.
여기는 의료기술이 좋으니 엄마가 있는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네가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구나.
그리고 사랑하는 막내딸아, 너는 북한에서 장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살아남으려면 그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이악하게 장사를 해도 내라는 것이 더 많은 나라니 내라는 거 다 내고 나면 언제 맘 놓고 잘 살아 보겠니.
한국에 사는 우리가 조금씩 모아 매 년 돈을 보내주긴 하지만 그 돈을 다 받기나 하는지, 우리 때문에 혹시 피해나 보고 있지 않는지, 엄마 마음은 늘 불안하기만 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자식들을 남과 북에 둔 엄마 마음은 어느 하루도 평안할 수가 없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북한에서 살 때 엄마는 이산가족들의 이야기가 tv에 나오면 그 건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지금은 우리 가족 이야기가 되고 내 아픔이 되었구나.
이제 우리는 얼마나 더 아파야, 얼마나 더 고통을 받아야 만날 수 있을까?
북한을 떠날 때는 통일이 금방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날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통일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어떤 날에는 내가 이러다가 너희들을 못 만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도 든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남북이 통일 된다면 엄마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도 엄마와 같은 마음이겠지?
사랑하는 내 아들 딸아, 네 아버지와 엄마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너희들도 열심히 살아다오.
살기가 어렵더라도 부디 아프지 말고 굳건히 살아 남아주는 게 엄마에게 효도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벌써 양지에는 봄 들꽃들이 움을 틔우고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고 있구나. 너희들도 저 들꽃들처럼 억세게 살아주기 간절히 바라며 엄마 편지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입력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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