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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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씨가 그리운 친구 광명이에게

방송일
2020-04-07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언제나 그리운 내 친구 광명이에게>

내 친구 광명아, 그 동안 잘 있었어?
나, 네 친구 승재야, 정 승재.
유치원시절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이 넘는 세월 늘 껌 딱지처럼 붙어 다녔으니 네가 내 목소리를 잊어 버렸을 수는 없지.
친구 광명아, 지금쯤 넌 장가를 가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니다, 집이 어려우니 영원히 군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군 생활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적어도 군인은 밥은 먹여 주는 나라니까.
그리운 친구야, 네 이름을 불러보니 마치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너와 나는 시대를 잘 못 만난 북한에서 제일 불행한 세대였어.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나라에서 주는 쌀을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고 부모님들이 나라에서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막는 장사를 해서 벌어 오는 한 줌의 강냉이로 죽만 먹으며 자랐으니까.
우리는 두 집 다 서발막대기를 휘저어도 걸칠 것 하나 없는 가난한 집이어서 우리 둘은 다른 애들보다 유별나게 더 친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 광명아, 하루 죽 세끼를 꼬박 먹는 집은 그래도 잘 사는 집이었던 그 시절, 아, 참,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말하는 그 시절에 너는 1층, 나는 2층에 살았지. 그 때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굶어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차라리 눈을 뜨지 말고 그냥 잠만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
너희 집은 북한에서 잘 나가던 당 간부 할아버지가 있었고 우리 집은 한 생을 군에 몸 바친 전쟁노병 할아버지가 있어 나름 북한에선 큰소리치던 집이었는데 정작 나라가 어려우니 나 몰라라 거들떠보는 사람 하나도 없었다.
내 친구 광명아, 당원이었던 너희 아빠는 늘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리어 커를 끌고 시장으로, 역전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 다녔지만 늘 너희는 죽 밖에 먹을 수가 없었고 발가락이 들여다보이는 신을 신고 학교에 다녔다.
너 네 집에선 리어커가 곧 집이고 자동차고 너 네 집 돈의 전부이고, 장사 밑천이었지.
네 네 아버지는 다리가 성성한 한, 어떤 사람이 부르든 달려가야 했고... 비옷도 없이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산만한 리어커를 끌던 너 네 아버지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 역시도 장사를 가신 엄마를 기다리다가 동네 공동 쓰레기장에서 잠을 잔  적도 있고 세 끼 죽이라도 굶지 말았으면, 하는 게 우리 식구들의 최고 희망이었지. 그렇게 가난해도 학교에는 늘 같이 다녔던 친구가 너와 나였다.
광명아, 내가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생각난 친구도 바로 광명이 너였다.
나는 한국에 와서야 이 세상이 전부 북한 같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는지를 알게 되었어.
내 친구 광명아, 사실 북한을 떠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한 번도 고향이 싫어 본 적이 없다. 아니, 지금도 늘 그립고 꿈 에라고 가고 싶은 것이 고향이다.
사시장철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배타고 나가면 펄펄뛰는 물고기가 잡히는 물 맑고 아름다운 바닷가 내 고향, 광명아, 나는 내 고향을 정말 사랑한다.
북한보다 자유롭고 먹을 걱정 전혀 없는 나라에 살지만 여전히 나는 너랑 친구들, 우리 친척들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광명아, 너희 부모님들은 다 무고하신지? 남다른 병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너 네 부모님들에게는 너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금 같은 보물이었고 늘 아픈 손가락이었지.
세 끼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덜 먹고 덜 쓰고 아끼고 아껴 네 병을 치료해 주시려고 애쓰시던 너 네 부모님들의 순박하고 착한 얼굴이 지금도 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너 네 부모님들도 많이 늙으셨을 텐데 가까이에 계신다면 정말 잘 해 드려라.
내 친구 광명아,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사실은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잘해드리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린 불효자이다.
광명아, 정치제도만 다를 뿐이지 사람이 사는 세상은 다 같은 것 같아.
나는 한국에 와서도 철이 없어 잘 못한 것도 많고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경제나 법을 이해하지 못해 저지른 잘 못도 많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평생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몸으로 직접 체득했어.
광명아, 북한은 교육을 마치면 나라에서 직업을 주고 취직걱정, 이라는 말도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그게 아니다.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 선택의 자유는 천만가지이지만 단 한 가지, 그 선택이 주는 결과는 모두 그 길을 선택한 본인 몫이거든.
그리운 내 친구야, 살기가 어렵고 복잡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나름 북한보다 재미있는 것도 많아.
너는 너 네 부모님들처럼 착하고 성실하니까 자영업 같은 거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인생은 한 방, 이라고들 하는데 꾸준히 성실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내 친구 광명아, 그 동안 너는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나는 북한을 떠날 때보다 키도 더 컸고 삶이 풍족하니까 몸도 훨씬 더 좋아졌어.
대한민국에선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마음대로 여행이 가능하고 인터넷이 발전해 전화는 물론 실시간 영상통화도 할 수 있어.
핸드폰 하나면 어디나 여행이 가능하고 문서 발급이나 은행업무까지 다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북한은 하루 만에 오고 갈 수 있는 지척인데 서로 안부조차 물을 수 없다니 나는 이 게 정말 짜증이 나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야.
우리 할머니는 어제 밤 꿈에도 고향으로 훨훨 날아가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랑 우리 아버지, 아들 며느리, 손자들도 만나 보셨다고 하신다.
우리 할머니의 그 꿈이 현실로 되는 날이면 나도 너를 만나 볼 수 있겠지?
내 친구 광명아, 정말, 정말 네가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린 젊었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살자. 너는 북한에서 나는 한국에서 열심히 살자.
다시 마나는 그 날까지 내 친구 광명아, 부디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칠게. 안녕히...

입력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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