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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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혜씨가 그리운 동생에게

방송일
2020-03-17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보고 싶은 동생에게>
사랑하는 동생아, 그 동안 잘 있었느냐?
총소리 없는 전쟁터 같던 어려운 고난의 행군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다.
지금은 그 때보다는 좀 나아졌다고는 하더라만 그래도 나라의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렵게 사는 건 매 한가지 일 것이다.
사랑하는 동생아, 일을 하면 배급표가 나오고 그 걸가지고 보름에 한 번씩 배급소에서 주는 식량으로만 살아야 했던 우리가 갑자기 배급이 끊기고 북한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니?
장사를 하는 건 자본주의라고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하던 나라가 장사를 하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나라로 갑자기  변해 버렸으니 말을 해서 뭐 하겠니.
사랑하는 내 동생아, 그 전쟁터 같은 상황에 너와 나는 장사를 해야 살겠는데 돈은 없으니 할 수 없이 우리 집에 있던 삼면경대를 가지고 먼 산골까지 갔었지.
커다란 나무틀에 유리로 만든 거울을 넣은 경대가 무겁기는 얼마나 무겁던지,
하루 밤을 자고 나면 굶어죽은 사람이 여기저기 뒹굴던 세월에 먹을 것도 아닌 경대를 누가 사겠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 자매는 그 무거운 걸 지고 멀고 먼 산골까지 죽을 고생을 다 하며 지고 갔다가 팔지도 못하고 다시 그 걸 지고 집으로 오면서 슬피 울던 일이 어제일 같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파마 약을 구해 가지고 농촌으로 가서 파마를 해 주고 대신 양식을 4Kg받아 그 걸 먹고 산 적도 있었지.
그리운 동생아, 아,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너무 바보 같고 슬퍼지는구나.
너는 원래부터 청진에 살았고 나는 중앙에서 60여개 나라 설계일 때문에 파견근무까지 받은 적 있는 당당한 도시설계사였어.
언니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유학을 가기 전 까지는 제법 잘사는 집에서 고이 자랐는데 그렇게 유학으로 잠시 갔던 평양에서 대학졸업 후 그 곳에 배치를 받아 설계사가 되었지.
하지만 한 생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고 제법 큰소리치며 살던 나에게도 시련이 왔다. 청진에 사는 동생이었지만 서로 자주 오고 가지도 못하다가 시련의 시절에 우리 자매는 다시 만났지
어렵게 살던 그 시절, 남편마저 사망하고 ...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텼는지 상상하기도 싫고 너무나 끔찍하다.
동생아, 우리가 장사를 다니던 그 당시 청진 역전의 모습은 내가 죽어서도 잊지 못할 만큼 끔직했다. 하루 밤 에도 수십 명씩 역 안에서 혹은 역전 마당에서 왜 나는 이렇게 굶주리고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수많은 무고하고 순진한 북한 주민들이 죽어 나갔다.
역구내에서 그 시체들을 처리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발에 걸려 산 사람마저 쓰러질 지경이었어.
그래도 철도가 완전히 끊기면 안 되니까 그 당시에 철도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배급이라고 통 강냉이라도 좀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하루도 아니고 매일같이 자고 나면 처리해야 하는 시체가 끝도 없이 나오니 철도에 다니는 사람들도 고역을 치르었지.
게다가 밤 새 동안 사람이 굶어죽지나 않았는지를 알아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눈만 뜨면 파고철을 얼마 내라, 파동을 얼마 내라, 때가 되면 약초, 산나물, 토끼가죽, 개가죽에 송이버섯까지.....거머리보다 더 악착하게 주민들에게 강제로 바치게 했잖아.
내라는 걸 못 내면 대신 돈이라도 내야 하는데 그 걸 못 하면 생활총화에서 비판을 받아야 하고 아침저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인민반 회의에서까지 욕을 먹어야 했지.
그리운 내 동생아, 그런데 나는 대한민국으로 와선 그런 근심걱정에서 완전히 해방이 되었다. 언니는 살아남기 위해 탈북을 했고 중국 곤명을 걸쳐 버마, 라오스, 태국 이렇게 많은 나라를 돌고 돌아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잘 살고 있다. 그 때 그 어려웠던 고생을 어디에 다 말하겠느냐.
언니가 너와의 연락이 끊기고 네 소식을 못 들은 지도 12년이 되어 오는구나.
모든 것이 풍족하니 자연히 북한 생각이 나고 네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밥을 먹어도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단다.
보고 싶은 동생아, 고모아들 그 오빠도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났고 남은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뭘 먹고 사는지 소식조차 알 길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고 가슴만 아프구나.
그리운 우리 형제들 다시 만나려면 하루빨리 통일이 되는 길 뿐인데... 언니는 그 날만 기다리면서 눈물로 이 편지를 쓴다.
내가 사는 한국이나 네가 사는 북한이나 다 같은 강토의 내 나라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가 되었을까,
동생아, 언니가 북한을 떠난 지도 13년이 되어 오는데 통일은 아직도 먼 곳에만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언니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대한민국은 나 같은 탈북민들을 한 민족이라고 받아 품어주고 알게 모르게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어 언니는 늘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할 뿐이다.
동생아, 언니가 살아보니 한국은 북한보다 자유롭고 어려운 나라를 도와도 줄 수 있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발전된 나라이다.
확실한 건 한국은 천국이고 북한은 지옥이라는 것이다. 언니가 지금 직접 살아 보고 있잖아.
사랑하는 동생아, 멀게만 느껴지는 통일이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오니까 너는 북한에서 나는 한국에서 통일이 하루라도 앞당겨 질 수 있게 노력하자.
그리고 그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남아 줘, 언니의 간절한 부탁이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봄꽃이 피어나는 3월의 밤, 서울에서 언니로부터.

입력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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