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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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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금순씨가 사랑하는 내 딸에게

방송일
2021-01-18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 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너무나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딸에게>

보고 싶은 내 딸아, 그 동안 잘 있었니?

그 동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매일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내 딸의 안녕을 기원하는 엄마다.

돈을 벌어다가 한 번 잘 살아보려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갔던 엄마가 이제야 너에게 안부를 전한다. 엄마는 한국에 와서부터 너에게 엄마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전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북한개혁방송에서 파랑새체신소를 통해 북한에 있는 혈육들에게 편지를 전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사랑하는 내 딸아, 세상에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엄마는 그래도 정당하게 증명서를 가지고 중국으로 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탈북 하는 과정의 어려움 같은 것도 전혀 모르고 애초에 내가 대한민국으로 갈 것이라 꿈에도 생각 해 본 적이 없단다. 

그런데 내 과제 외에 돈을 좀 벌어 보려고 들어갔던 중국에서 오래 머물며 불법체류자, 가 되었구나. 그러다가 북한으로 가면 처벌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전혀 계획에도 없던 한국행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사랑하는 내 딸아, 그렇게 오게 된 한국이지만 지금 엄마는 내 생활이 너무 만족하고 즐겁다. 

국가가 준 집에서 먹고 사는 걱정은 없지만 북한에 두고 온 네 생각을 하면 하나도 즐겁지 않고 늘 미안한 마음 뿐 이다. 

며칠 전에는 신발을 파는 매장 앞서 한참을 서성인 적도 있어. 다 꿰진 신발을 신고 다니던 우리 딸의 발이 자꾸 떠올랐다. 신 한 켤레 사달라고 떼를 쓰는 너에게 새 신 한 켤레 못 사주고 떠나 온 생각을 하면 신발 매장 앞을 지나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매 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단다.

너무 가슴이 아픈 이야기지만 그 게 그 당시 우리 집 현실이었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자식들 소풍가는 날이 오면 도시락에 계란 한 알 넣어주지 못해 엄마는 뜬 눈으로 밤을 새곤 했다. 철없는 자식들은 소풍 가는 날이 오면 명절 날 보다 더 좋아 하는데 그 걸 보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넌 모를 거야. 

내 딸아, 매일같이 엄마가 장사를 나가면 너는 네 친구들이랑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곤 했지. 나물 철이면 나물 뜯어다 집 살림에 보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물을 뜯고 늘 나뭇가지 하나라도 주어다 집 생활에 보탬을 주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그런데 지금 엄마는 너와 아궁이 앞에 함께 앉아 불을 때고 죽이라도 끓이던 그 런 저녁이 사무치게 그립고 가난했어도 오히려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 그 시절로 잠깐 돌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고 싶은 내 딸아, 게다가 엄마는 엄마, 아버지가 남조선 출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북한 정권에서 정치적 차별까지 받으며 살았단다. 

철저한 계급사회, 북한에서는 출신이나 부모의 계급적 바탕이 곧 자식의 미래잖아. 엄마는 계급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고 꿈도 제한되어 있는 사회에서 늘 숨죽이고 살았다.

너도 이제는 시집을 가 한 가정의 엄마가 되어 보아 알겠지만 누구나 처녀 시절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잖아.

딸아, 엄마가 처녀시절에 제일 큰 꿈이 뭐였는지 아니?

출신 성분 때문에 더 배우고 싶어도 다 못 이룬 꿈 때문에 공부를 원 없이 한 번 해 보고 싶은 것, 그리고 자식들에게 좋은 출신성분을 물려주고 싶어 인민군군관에게 꼭 시집을 가는 것이 엄마의 최고 이상 이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 웃기는 말이지만 사실 엄마는 그 꿈을 북한에서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했어. 엄마가 순진하게 헛꿈을 꾼 거지.

그렇지만 딸아, 엄마는 의도치 않게 대한민국으로 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 선택이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게 살고 있을 너희들 생각을 하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지만 적어도 엄마는 먹고 살 걱정은 절대로 안 하며 살거든. 

이 곳은 북한의 겨울보다 덜 추운 곳이기도 하지만 난방이 늘 들어오는 집에서 추운 겨울이 와도 추운 걱정을 모르고 산단다.

엄마 나이에 컴퓨터도 많이 배우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딸 수 있으니 엄마는 북한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어. 

좋은 환경에서 사니 내 딸 생각이 더 많이 나는구나.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을 때면 이 거 우리 딸에게 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마음이 쓰이고 미안한 마음이야.

속상한 엄마의 이 마음을 누가 알까, 차라리 철따라 오고 가는 철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은 한 해 두해 쌓여 가는데 야속한 세월만 자꾸 흐르고 있구나.

잠깐만 중국에 머물며 돈을 벌어가지고 북한으로 가려던 엄마 꿈은 저 멀리로 날아가고 이제 사랑하는 자식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가깝고도 먼 곳으로 와 버렸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하는 내 딸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딸아, 부디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이제는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이해해 주기 바란다.

코로나19때문에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북한 실정은 어떤지 모르겠구나. 워낙 비밀이 많은 나라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죽어 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명도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저 북한의 말이 사실이기만 바랄뿐이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도 봉쇄한데다 작년에 길고 긴 장마에다 태풍에 우리 딸 신상에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여느 때보다 더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구나.

그립고 보고 싶은 내 딸아, 엄마는 네 걱정 말고 다른 걱정은 하나도 없어. 엄마는 딸보고 싶은 것 말고는 별 일 없이 살고 있으니 엄마 걱정은 절대로 하지 마라. 

우리 딸 부디 건강하고 이악하게 노력해서 살아남아 주는 것이 엄마의 최고 바람이란다. 엄마가 살아가는 목적도 너희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니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내 딸, 우리 꼭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부디 잘 있어. 다음에 기회 되면 엄마가 서울 사는 이야기 또 전할게.

안녕히~  2021년 새해의 첫 달 서울에서 엄마가

입력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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