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

파랑새 체신소

북한개혁방송은 언제나 여러분들에게 올바르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염성일씨가 그리운 누님에게

방송일
2021-01-11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 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누님에게 드립니다.>

그리운 누님,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저 누님이 제일 사랑하시던 동생입니다.
평양 사시는 누님에게 동생 성일이가 서울에서 문안드립니다.
북한도 코로나로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누님과 누님 네 가족 모두들 별일 없으신지요? 
제가 누님과 마지막으로 만나보고 헤어진지가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평양에서 제가 살고 있던 보천까지 누님이 찾아 오셨던 게 아마 2009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안 그래도 추운 북한인데 거기에서도 제일 추운 곳에 사는 동생 집에 오셨을 때 누님이 머리를 목도리도 동이고 입김을 날리며 들어서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제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 때 누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 누이도 이젠 많이 늙으셨구나, 했는데 그 때로부터도 10년이나 지났으니 이젠 더 늙으셨겠지요?
존경하는 누님, 누님이 우리 집에 오시기 몇 해 전에 제 처가 건강이 나빠져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고 평양에 갔던 적이 있죠. 그 때 누님은 건강상태도 좋으셨고 외모도 참, 아름다웠어요.
제가 아내를 데리고 평양에 도착하니 매형이 차를 가지고 나와 우리를 누님 네 집으로 안내 했지요. 그 당시는 매형도 건강이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나요.
누님은 우리를 김만유병원에 안내해 주었고 그 병원 앞에 있는 평양산원도 알려 주셨지요.
그 때가 6월 초였는데 평양시의 녹음이 짙은 가로수 길을 걸으며 기분이 너무 상쾌했어요. 그리고 추운 지방에 살아 과일나무 보기도 어려웠던 저는 김만유병원 길가의 가로수가 모두 살구나무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답니다. 가로수가 살구나무라니....
그리고 병원예약을 해 놓고 3일을 기다리면서 시간 여유가 생기게 되니 누님이 우리에게 평양구경 시켜주신다며 지하철 혁신역에서 대성산동물원까지 함께 갔었지요.
아내와 나는 그렇게 누님 덕분에 대성산 동물원 구경을 할 수 있었고 큰 코를 쳐들고 있는 코끼리 앞에서 우리 셋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길가에 이 깔 나무처럼 곧고 높이 솟은 수삼나무며 아름답게 피어있는 라일락꽃 구경도 하고 누이가 자세한 설명도 해 주셨지요. 그 런 나무는 저도 처음 보았어요.
제가 사는 보천에는 그런 나무가 없었거든요.
대성산구경을 구경을 한 다음에는 대성산야외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맛있는 평양냉면을 맛보게 해 주셨어요. 그런데 환자가 힘들어 하니 그 넓은 동물원을 다 못 보고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제 욕심 같아선 어쩌다 평양에 왔는데 어떻게 하든 다 보고 싶었지만 욕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다음 날 누님은 우리에게 모란봉구경을 시켜주셨어요. 을밀대에서 내려다보는 대동강은 천국의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개선문도 보았는데 개선문 앞에선 사진사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개선문을 배경으로 누님과 아내, 제가 사진을 찍었지요.
그런데 사지을 찾고 다시 보니 저녁때가 다 된 때여서 아내와 누님의 치마폭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진을 찍혔던 생각이 나요.
그 당시 저를 위해 며칠 간 아무 것도 못하시고 평양구경 시켜 주신 누님의 수고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누님은 그렇게 이 동생이 행복하기만 간절히 바라셨는데 제 아내는 끝내 불치병 진단을 받았고 누님의 그 수고로움과 고마움을 가슴에만 안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존경하는 누님, 그 일이 있은 후 10년 후, 누님을 우리 집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저는 눈물이 나도록 기뻤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10년 전 보다 훨씬 늙으신 누님 모습에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 사람의 늙음은 어쩔 수 없구나, 나도 이제 10년 후에는 누님처럼 되겠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도 들었고요.
그 때 제가 누님에게 우리 집에서 한 달 정도 쉬다가 가시라고 했더니 누님이 나도 내 밥벌이 하노라 장마당에서 채소를 팔고 있다,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데 얼마간이라도 보태야지, 하셨죠.
그 제서야 저는 누님이 비록 평양에 살고 계시지만 경제적으로는 많이 어려우시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젊어서 참, 많이 고우셨던 우리 누님, 점점 어려워지는 생활의 고난을 지금은 어떻게 이겨 나가고 계시는지요.
존경하는 누님, 그 당시 산골에 살아도 제가 경제적으로는 조금 더 여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누님이 가실 때 제가 용돈을 꽤 드렸던 생각이 나시죠.
동생이 내 미는 손을 굳이 뿌리치며 안 받으시겠다고 하시는 누님 손에 제가 용돈을 꼭 쥐어드리며 누님, 이 돈은 누님 건강을 위해 쓰셔야 합니다. 늘그막에는 자기 손에 돈이 꼭 있어야 한 대요, 이런 말을 했죠.
그랬더니 누님이 이 돈은 네가 주었다고 자식들에게 말하고  다 내 놓으려고 한다, 한 집에 살면서 아들과 며느리를 속일 수는 없지, 하셨어요.
누님의 말을 듣고 우리 누님이 예나 지금이나 참, 곧고 뭇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며 사시는 원인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면서 저도 깨달음을 얻었어요.
존경하는 누님, 그 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 동생은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누님은 북한에서 이렇게 서로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에서 살게 되었어요.
그 곱던 누님 얼굴에 무정한 세월의 깊은 주름이 덮였을 것이고 검은 머리에도 세월의 서리가 내려앉았을 테지요. 상상은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 누님은 여전히 고우실 것 같아요.
누님, 제가 서울에서 누님에게 편지를 쓴다니 누님도 많이 놀라셨을 거 에요.
북한이 화페개혁을 하는 바람에 피땀으로 벌어 모았던 귀중한 돈이 하루아침에 무효가 되었고 그 고통을 이길 수 없어 저는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했거든요.
그렇게 저는 인생말년에 눈물을 흘리며 압록강을 건넜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을 했는데 먹고 살려고 아득바득 애쓰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어요.
생활하는 데는 전혀 불편이 없고 저도 나이가 있는데다 시간 여유도 좀 되니 자연스럽게 누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님, 살아생전에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그 런 날이 정말 올까요. 아무쪼록 존경하는 누님이 부디 건강하시길 이 동생은 진심으로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운 누님,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요!!!
2021년 신축 년의 길목에서 동생 성일 올림

입력
2021-01-11
조회
35
작성자
북한개혁방송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29
채금순씨가 사랑하는 내 딸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1.01.18 | 조회 18
북한개혁방송 2021.01.18 18
128
염성일씨가 그리운 누님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1.01.11 | 조회 35
북한개혁방송 2021.01.11 35
127
송영실씨가 보고싶은 어머니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1.01.04 | 조회 35
북한개혁방송 2021.01.04 35
126
황진옥씨가 그리운 어머니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2.14 | 조회 52
북한개혁방송 2020.12.14 52
125
지광선씨가 그립고 보고 싶은 내 딸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2.08 | 조회 96
북한개혁방송 2020.12.08 96
124
이경실씨가 꿈결에도 보고싶은 아들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2.01 | 조회 47
북한개혁방송 2020.12.01 47
123
서영희씨가 친구 옥란이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1.24 | 조회 58
북한개혁방송 2020.11.24 58
122
석경옥씨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북한개혁방송 | 2020.11.17 | 조회 68
북한개혁방송 2020.11.17 68
121
변승일씨가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1.03 | 조회 73
북한개혁방송 2020.11.03 73
120
조영숙씨가 그립고 보고싶은 오빠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0.20 | 조회 68
북한개혁방송 2020.10.20 68
119
나문숙씨가 꿈에도 그리운 사랑하는 아들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0.13 | 조회 69
북한개혁방송 2020.10.13 69
118
박서영씨가 사랑하는 내 딸 윤경이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10.06 | 조회 75
북한개혁방송 2020.10.06 75
117
권순희씨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9.29 | 조회 73
북한개혁방송 2020.09.29 73
116
차정수씨가 보고싶은 이모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9.22 | 조회 62
북한개혁방송 2020.09.22 62
115
나선옥씨가 보고싶은 내아들 태준이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9.18 | 조회 66
북한개혁방송 2020.09.18 66
114
김지혜씨가 그립고 그리운 언니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8.18 | 조회 91
북한개혁방송 2020.08.18 91
113
전여름씨가 그리운 내 동생 가족들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8.11 | 조회 103
북한개혁방송 2020.08.11 103
112
조연정씨가 보고 싶은 엄마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8.04 | 조회 95
북한개혁방송 2020.08.04 95
111
이옥실씨가 막내 시동생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7.28 | 조회 136
북한개혁방송 2020.07.28 136
110
강옥녀씨가 사랑하는 내 아들 남철이에게
북한개혁방송 | 2020.07.21 | 조회 118
북한개혁방송 2020.07.21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