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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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옥씨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방송일
2020-11-17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 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청자 분은 어떤 사연이 있어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셨나요?

신청자: 네, 저는 8년 전 대한민국으로 와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는 석경옥
 입니다. 사랑하는 자식과 헤어진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제 딸에게
 전하고 싶어 파랑세체신소를 찾았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꿈에도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딸아, 그 동안 잘 있었니? 나 엄마다.
그 동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엄마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엄마가 딸에게 소식 한 장전하지 못하고 엄마 역시 아픈 가슴을 그러안고  살았다.
잘나도 못나도 부모에게 자식은 보물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그 소중한 보물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면 두렵기까지 하다.
사랑하는 딸 복희야, 나는 평생 너희들 곁에서 다른 부모들처럼 지지고 볶으며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줄만 알았어.
복희야, 엄마는 지금 네가 사는 형편을 잘 모르니 더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 엄마가 되어가지고 딸자식을 위해 도움도 못 주고 짐이 된 것만 같아 정말 미안하구나.
너도 잘 알고 있지만 중국에 이모가 사신다고 도움을 좀 받으려고 남의 빚까지 져가며 중국으로 갔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내 손으로 돈을 좀 벌어가지고 북한으로 가려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식당일도 해 보았어.
처음 내가 중국에 갔을 때는 그 나마 인편을 통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었지만 나 같은 불법체류자들이 중국 공안의 감시를 피해 계속 돈을 번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어.
엄마는 사실 불법체류자, 라고 해도 어떻게 하든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 가지고 북한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 것도 어려워 잠시 중국에서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숨어 지내며 성경공부를 하던 어느 날, 갑자기 나와 같은 곳에서 온 사람들이 공안에 붙잡히는 바람에 엄마는 인생에 계획한 적도 없고 예견도 전혀 해 본적 없었던 남조선으로 오게 되었단다.
그러나 엄마는 지금 엄마가 누리는 행복은 나에게 고향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이라는 너무 아픈 상처를 남겨주었다. 
사랑하는 내 딸 복희야, 너의 아버지는 아프지 전까지는 그래도 나름 우리 가정의 기둥이었고 나에게도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었어. 그런데 몸이 아프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내가 우리 가정을 다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이 된 거야.
너도 엄마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할 때 남들이 다 꺼리는 똥을 지게에 퍼 나르는 똥 짐장사까지 했던 생각이 날거야.
매일 자고나면 주변에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던 전쟁보다 더 어려운 그 시절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북한 사람들은 죽지 않으려면 뭐든지 해야 한다는 오기 하나로 살았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것도 하나님 덕분이지 않을까, 싶은데 다행스럽게 도시주변에 집이여서 텃밭이 조금 있었던 게 우리 식구를 살려 준 것 같아. 웬만한 채소 강냉이는 텃밭에 심어 해결 했으니까.
강냉이 농사를 조금 지었다고 해도 강냉이밥도 먹을 수 없었어. 강냉이로 국수를 만들어 채소와 풀을 섞어 세 끼 죽이라도 굶지 않은 게 그 때 우리 가정의 최고 바람이었으니까. 덕분에 북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을 때 우리 식구들은 다행히 굶어 죽지는 않았어.
사랑하는 내 딸 복희야, 우리가 집에서 돼지며 토끼, 닭... 같은 짐승도 많이 키웠지만 정작 고기 한 점 먹을 수는 없었던 생각이 나니? 내 손으로 짐승을 키워도 자식들은 물론 아픈 너의 아버지에게도 고기 한 점 마음대로 먹일 수 없었다. 그 걸 다 팔아 강냉이를 사 국수로 만들고 국수로 다시 죽을 만들어 먹어야 했던 게 바로 우리 집이었어.
그런데 복희야, 엄마는 미국이 북한을 봉쇄하고 못 살게 한다고 알고 살았는데
북한을 떠나서야 미국이 아니라 북한정권이 외부세계를 모두 봉쇄하고 인민들을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 로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 화재까지 나 더는 버틸 수 없어 중국 이모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중국에 가 2년 세월,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와서 8년 세월, 엄마는 자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돈도 벌어가지고 가서 한 번 멋지게 잘 살아야 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살았지만 그 길고 어려운 시련을 통해 너무나 많은 세상 진리를 알게 되었단다.
신이 없는 나라에서 오직 김일성 일가가 신이라고 선전하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억울하게 지옥으로 갔니.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보우하시는 대한민국은 경제도 발전하고 먹고 살 걱정 없는 천국 같은 나라가 되었어.
딸아, 엄마는 하나님께서 대한민국국민들을 너무 사랑하시어 이렇게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복을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중국에 있을 때는 별로 큰 것은 아니어도 그 나마 도움도 조금 주었는데 내가 한국으로 온 이 후에는 너의 신상에 지장을 있을까봐 전혀 연락조차 못 하고 살았다. 엄마가 진심으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랑하는 내 딸 복희야, 이제 중국에 계시는 친척들도 다 돌아가시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촌들은 거의 남이나 같으니까 거기에 미련을 가지지 말고 너도 엄마처럼 꼭 하나님을 믿어 보아라.
하나님은 북한 백성들도 사랑하시고 또 그 길이 진리고 생명이니 하나님을 믿으면 너에게도 영원히 사는 복을 알게 될 거야.
엄마는 대한민국에 와서 신학대학을 나왔고 언제든 북한이 복음으로 통일되면 선교사로 일 할 준비가 되어 있어.
사랑하는 딸아, 그러니 너는 엄마가 곁에 없다고 절대로 낙심하지 말고 정말 어렵겠지만 꿋꿋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제 너도 시집도 갔을 것이고 자식도 있겠지. 부모 자식이 생사여부,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이 현실이 엄마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식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단다.
내 자식이 부디 건강하고 평안하게 살아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사실 세상 모든 게 별게 아니니까 너도 하나님을 믿고 마음의 평안을 찾기 바란다. 자식을 사무치게 그리는 엄마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는데...
사랑하는 내 딸 복희야, 부디 건강하게 엄마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에 안고 잘 살아줘, 보고 싶다. 잘 있어라, 사랑하는 내 딸아.
서울에서 엄마로부터

입력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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