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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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씨가 그립고 그리운 언니에게

방송일
2020-08-18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민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그립고 그리운 언니에게>

언니, 모든 것이 어려운 북한에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내가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온 지도 벌써 10년이나 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언니를 잊은 적이 없어요. 나는 먼저 온 자식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한국으로 올 수 있었고,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늦게나마 인생의 말년을 대한민국에서 보내게 된 것에 매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자본주의 사회인 일본도, 사회주의인 북한도 경험했고, 지금은 한반도의 절반 땅, 한국에서 살면서 돈보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언니, 이제는 저도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을 거느린 한 가정의 어른으로 대접 받으며 자식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이 것이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렇지만 언니 생각만 하면 도저히 행복 할 수가 없고 죄스러운 마음까지 듭니다.
언니, 나는 한국에 오자 바람으로 딸들 덕분에 일본에 있는 언니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살던 큰 언니는 내가 한국으로 오기 1주일 전에 북한으로 간 우리들이 보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더라고요.
이제나, 저제나 우리 형제들이 다시 모여 살아 볼 날을 학수고대하다가 말 이예요.
지금도 해마다 내 생일이 되면 일본에 있는 둘째 언니와 조카들 그리고 우리 딸들이 다 모여와 축하를 해 주고 우리 자식들은 일본의 둘째언니와 사촌들 집을 언제든지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언니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언니 생각에 목이 메곤 한답니다.
한국은 세계  많은 나라에 비자 없이 언제든 마음대로 다녀 올 수 있고 외국을 옆집 다니듯이 드나들고 있어요. 언니, 상상이 잘 안가지요.
나도 처음에는 한국에 펼쳐지는 이런 현실이  잘 믿겨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한 10여년을 살다보니 한국이야 말로 정말로 제대로 된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진정한 자유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 자식들은 한국에서 각자 열심히,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살고 있어요.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라 살아남으려는 생존법도 얼마나 치열한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노력의 대가는 늘 주어지더라고요.
언니, 특히 대한민국은 사회복지가 정말 잘 되어 있는 복지 선진국입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나라에서 연금도 주고 어떻게 하든 편히 살아갈 수 있게 잘 보살펴주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이거든요.
언니도 알다시피 북한은 복지라는 말도 모르는 나라이고 아무리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 바쳐 일 해도 나이가 들면 연료보장금으로 쌀 1킬로도 사 먹을 수 없지 않나요.
게다가 요즘은 북한이 유엔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날이 갈수록 더욱더 고립이 되고 있으니 언니가 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설 자리가 점차 없어져 가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들이 거래를 중단하고 자금줄을 조이고 있으니 앞으로 북한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만은 틀림이 없어요.
우린 북한에 살 때 북한이 세상에 제일 좋은 나라라고 교육 받고 북한 밖으로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그런 줄 알고 살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였어요.
우리는 북한 정권에 속 혀 살았고 지금도 북한주민들은 북한의 거짓된 선전에 속고 있어요.
언니, 이제라도 연락이 닿아 언니가 여기 한국으로 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언니와 연락이 안 되고 있어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살아 계신지, 혹시 언니 신상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은 아닌지 매일 안타깝습니다. 근데 나쁜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제발 언니가 무사할 거다,  좋은 소식만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삽니다. 언니, 우리의 가족과 형제들의 운명은 왜 이렇게 곡절이 많을까요?
일본에서 북송되어 일본의 언니들과 헤어져 50년 세월 그리워 울고, 또, 자유를 찾아 내가 한국으로 오고 보니 이제는 북한에 있는 언니가 그립고 보고 싶어 가슴 치며 살고 있고....
언니, 나는 평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일본에 계시는 언니들, 북한의 언니, 한국에 사는 나, 이렇게 다 모여서 한 번 실컷 웃으며 옛말하며 살아 보았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럴 날이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그게 언제일까요?
아마도 그런 날이 오려면 북한의 지도자가 폭압정치를 멈추어야 되겠지요?
언니, 언니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매사에 조심하시기 바라요. 북한은 일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의심을 하고 보는데다 내가 이렇게 한국으로 왔으니 절대로 잘 못 걸려들지 말고 몸 조심하기 바라요.
언니, 여기서는 일본과 전화도 잘 되고 메일도 주고받는데 잘 있다는 전화 한 마디라도 통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는 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 가 닿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일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수도 없이 쓰고 있어요.
이 편지라도 제발 언니에게 꼭 전달되기를 바라요. 저는 언니를 만나는 날까지 언니에게 편지를 멈추지 않고 쓸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거든요.
언니, 정말 보고 싶어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부디 건강하게 잘 살아 남아주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요. 안녕히 계세요.

언니를 자나 깨나 그리워하는 동생으로부터

입력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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