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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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정씨가 보고 싶은 엄마에게

방송일
2020-08-04
진행
시간

**궂은 날씨가운데 현장녹음을 진행하느라 천둥소리가 다소 섞여있습니다. 청취자분들의 넓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으로 유명한 경남 한산도에서 전남 여수까지  대한민국에서는 한려수도, 라는 해상국립공원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남해바다!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수많은 섬들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오늘은 전남 여수에 왔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부터 먼저 해 보실까요?

신청자: 네, 안녕하세요? 저는 여수에 살고 있는 조연정입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언제나 보고 싶은 우리 엄마에게

엄마, 그 동안 안녕 하셨어요?
엄마 얼굴을 못 본지도 22년이나 되어 오니 이제는 우리가 길을 걷다가 만나도 잘 몰라 볼 것 같아요.
그리운 엄마, 엄마는 자식 셋을 데리고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다가 28살 되던 해에 우리 아버지를 만났지요.
전쟁이 남긴 아픈 상처로 엄마는 전쟁 때 남편을 잃으셨고 그 남편이 남긴 자식 셋을 억척스레 돌보셨어요. 그러다가 우리 아버지에게 재가를 했는데 그렇게 두 분이 만나셔서 낳은 세 자식 중에 제가 막내였지요.
보고 싶은 엄마, 지금 제가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한 생 고생을 낙으로 여기신 분 이 아닐까 싶어요.
11살, 9살, 3살짜리 애가 있는 우리 아버지에게 재가를 해서 팔자가 좀 펴나 싶었는데 호랑이 같은 시부모님  두 분에 전 처 자식 세 명, 재가 하셔서 낳으신 우리 형제 세 명 모두 여섯 명의 자식들을 하나같이 먹이고 입히시노라 언제 날이 밝고 언제 날이 저무는지조차 모르고 사셨으니까요.
엄마, 저는 막내로 태어나서 잘 모르는데 이웃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시부모님들이 치매까지 와 엄마가 엄청 고생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시절엔 수도도 없었는데 시 부모님 두 분의 대 소변 수발하시노라 얼음처럼 찬 강물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셨다면서요. 한 분을 씻겨 집에 모셔다 놓으면 또 한 분을 씻겨 드려야 하는 그 어려운 수발을 3년 넘게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라면 도무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그 어려운 일을 엄마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동네 어른들의 칭찬까지 받으실 정도로 훌륭하게 해 내셨어요.
그리운 엄마, 아빠 나이 53살에 얻은 저는 그 당시에도 보기 드믄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참 많이도 받았어요.
사실 저는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가 70년대 중반엔가 정치범으로 잡혀 갔던 생각이 나요. 그 때부터 우리 가정은 끝을 알 수 없는 고난과 핍박 속에 살게 되었죠.
어머니의 본래 남편은 전쟁에서 전사한 전사자 인데 우리 아버지를 만나 어머니네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것이죠.
제 기억으로는 어머니네 쪽은 그래도 간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잘 나갔던 생각이 나요.
엄마, 엄마는 음식 솜씨도 좋고 알뜰하다고 리 당에서 간부들이나 손님들이 오면 밥을 한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가끔 색다른 음식도 먹어 보았던 생각이 납니다.
보고 싶은 엄마, 아버지의 일로 머리 좋고 똑똑한 우리 오빠가 군대에도, 대학에도 못 가고 마음 고생하던 거 생각나세요? 오빠가 중학교 4학년 때 아빠가가 잡혀 갔지만 우리 오빠는 용기를 내어 통신으로 대학도 졸업하고 나름 그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열심히 사셨어요.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저도 시집을 가 이쁜 딸도 낳았죠.
엄마, 근데 제가 중국 친척에게 도움을 좀 받아다 잘 살아 보겠다고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는 고향으로 못 가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게 아마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던 90년대 말이었을 거 에요.
8살 어린 딸과 남편에게 금 방 다시 온다는 철석같은 약속을 하고 고향을 떠났는데 그 때부터 22년 세월이 넘도록 백살구 꽃이 아름답게 피는 내 고향, 엄마와 자식, 형제들과 영 이별을 하게 되었어요.
엄마, 8살 때 두고 온 제 딸은 지금은 시집을 가서 그냥저냥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하게도 엄마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아이인데 남편 사랑이라도 많이 받고 산다니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엄마, 저는 돈을 좀 얻으려고 갔던 중국에서 한 남자를 만나 10년이 넘도록 살게 되었어요. 그 당시 중국에서 북송이 되지 않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고 남편 쪽에 경찰을 하던 사람도 있어 덕분에 저는 북송은 한 번도 당하지 않았어요.
엄마, 중국에서 살 때 제 남편의 4촌시누이가 교회목사였는데 저는 그 영향으로 중국에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교회에도 다니게 되었어요.
정말로 하나님이 저를 보살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딸을 하나 낳아 키우면서 가정에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평화롭게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쩌다 주변에 살던 사람이 저를 북한 사람인 것 같다고 신고를 하는 바람에 그 곳에서 살 수 없어 다급히 가출을 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여기 저기 숨어 사는 신세가 되었어요.
그렇게 집을 나온 후 살아 보려고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끝내 한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중국에서 낳은 제 딸은 지금은 한국으로 와 저와 같이 살고 있고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행복밖에 모르고 자란 애지만 제가 북한에 할머니가 계시고 삼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어 헤어진 혈육들을 잊지 않고 삽니다.
보고 싶은 우리 엄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 소식도 알고 우리 형제들과도 통했고 도움도 좀 드렸지만 요즘은 전혀 소식도 모르고 살고 있네요. 북한에 돈을 보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중간에서 심부름을 해 주는 브로커에게 돈을 사기 당한 이 후로는 다시 북한에 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한 생 두 남편을 섬기고 여섯 자식을 돌보시노라 고운 얼굴에 주름만 남은 사랑하는 우리 엄마, 저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 가니 우리 엄마의 로고와 수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엄마,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으시고 손자들의 재롱이나 보셔야 할 때인데 아직도 근심과 걱정이 태산 같으시니 제 마음은 너무 아픕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에 작은 오빠가 사망 된 건 알고 있는데 큰 오빠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엄마는 살아 계시기나 한지, 도무지 고향소식을 알 수가 없어 정말 안타까워요.
엄마, 그래도 이 딸을 다시 만나 보시려면 기운을 내시고 아프지 마셔야해요.
저는 자나 깨나 엄마와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며 삽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멀지 않아 꼭 올 겁니다.
그 날까지 부디 건강하게 꼭 살아 계셔주기를 바라면서 안녕히 계세요.
엄마의 사랑하는 막내 딸 조 연정 올림

입력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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