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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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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옥씨가 그리운 오빠에게

방송일
2020-04-27
진행
시간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는 세대를 이어가며 가슴에 한으로만 남은 실향민, 탈북인들의 고향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북녘으로 전해 드립니다.
손 내밀면 지척인데 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 가슴 아픈 북한으로 뜨거운 눈물과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그 들의 사연을 신청자 본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드립니다

<보고 싶은 오빠에게>

오빠, 그 동안 잘 있었나요?
오빠와 헤어진지도 5년이 넘었어요.
그리운 우리 오빠,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 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고생하실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안겨 옵니다.
보고 싶은 우리 오빠, 제가 북한을 떠날 때는 내가 이 나이에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 한치 앞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온 후 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한국은 우리가 북한에서 교육을 받던 것과는 천지 차이고 우리가 알던 남조선이 전혀 아니랍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고 자본주의 사회는 썩고 병든 사회라고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한국에서 내가 막상 살아보니 7년이 넘은 지금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나만 열심히 노력해 돈을 벌면 부자가 될 수 있고 그러면 기업가도 될 수 있고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자기가 가진 능력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니까 열심히 한 만큼 잘 살 수 있어요.
대한민국엔 잘 사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민이고 정부가 내놓는 정책도 역시 서민들을 위한 것이 더 많거든요.
게다가 많이 가진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과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국가 세금으로 국민전체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해마다 더 좋은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이름으로 된 단체가 자원봉사를 통해 무료봉사를 하는데 복지는 또,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몰라요.
북한에서 말하던 거지는 없지만 대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사는 노숙자들은 조금 있답니다. 그러나 그들도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나누어주고 복지시설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무상으로 교육을 주거나 도움을 주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는 저처럼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한 민족,한 계례라고, 또 어렵게 살면서 고생을 하며 살았다고 정착금도 주고, 임대주택도 주고 기초적인 생활필수품도 나누어 줍니다.
오빠, 나무 값이 쌀값보다 비싼 북한에서 먹을 걱정, 입을 걱정, 땔 걱정으로 늘 고생하던 제가 지금 한국에서 그런 걱정을 다 잊어버리고 북한에 비하면 책임비서보다 더 잘 살고 있어요.
북한에서 남조선으로 오면서 감히 제가 상상도 할 수 없던 곳에서 살게 되니 이 좋은 세상으로 오빠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몰라요.
보고 싶은 오빠, 제가 어렵게 산다고 오빠가 자전거를 하나 사주시겠다며 엄청 애쓰셨는데 끝내 안 된다며 사주지 못했던 생각이 나세요? 그 때 오빠가 정말 안타까워했죠. 오빠가 동생에게 자전거 한 대도 못 사주어 미안하다며...
그런데 자전거는 아파트 단지마다, 길거리에도 차고 넘치고 자동차도 식구대로 몰고 다닙니다, 일반 노동자, 농민들이 일을 갈 때 자기차를 타고 다니고 농촌 사람들도 가정마다 트랙터며 각종 농기계를 갖추어 놓고 삽니다.
북한에서 맨 날 등잔만 켜고 살던 제가 24시간 정전되는 법이 없는 한국에 살게 되었고 냉장고도 모자라 김치냉장고까지 가전제품이 밥하고 빨래하는 집에서 살아요.
우리 애들도 스스로 돈을 벌어 제각기 다 차를 샀는데 도당 책임비서가 타던 차보다 더 좋아요.
오빠, 애들이 승용차를 사던 날, 언제면 이 차를 타고 우리 고향으로 갈까, 그 날이 오면 우리 오빠에게 내가 사는 이 대한민국에 대해 실컷 자랑을 해야지, 제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기 대한민국은 북한에서처럼 차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아, 그리고 통행증 없이는 어디도 못 다니던 제가 북한 빼고는 세계 그 어느 나라나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되었답니다. 5년 밖에 안 되는 기간에 저는 중국, 일본 등내가 가고픈 나라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오빠, 저는 이 나이에 자격증도 여러 개 땄고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있어요. 북한 같으면 이 나이에 무엇을 시작한다거나 꿈을 꾼다는 말 자체가 전혀 통하지 않겠지만 한국에서는 60부터가 청춘이고 70대 노인들이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어요.
놀라운 것은 자본주의 사회, 한국에서 2년마다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주고 있어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치료를 받는 다는 거에요.
오빠,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높은 수준이랍니다. 그래서 설사 병이 발견되더라도 조기에 치료가 가능하고 난치병이라고 진단을 받은 사람들도 치료가 가능한 곳 이예요.
우리 남편도 여기에 와서 큰 수술을 두 번씩이나 했지만 서민이라 혜택을 많이 받아 돈은 조금밖에 안 냈어요. 북한에서였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은 국가에서 치료비 없이 무료로 치료를 해 주고 입원도 시켜줍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빠에게는 믿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오빠, 요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되고 발전해 가는데 북한만은 국민들을 나라 안에 딱 잡아놓고 세상 밖을 보지도 말고 세상일을 듣지도 말고 자기들만 쳐다보고 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나요?
보고 싶은 우리 오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전해드리고 싶은 자랑거리가 많고 많은데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또, 더 재미난 이야기 전해 드릴게요. 제 소원은 하나 뿐 이에요. 부디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우리 오빠가 건강하시고 오빠네 가족모두가 무사히 꼭 살아남아 주시는 겁니다.
부디 이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만을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면서 아쉬운 펜을 놓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서울에서 동생으로부터-

입력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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