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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회 흑사병, 스페인독감, 2021 그리고 미래는

방송일
2021-02-23
진행
시간

북조선인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는 시작되었지만 코로나19사태도 여전하고, 노동당8차대회가 제시한 미래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북조선의 간부들도 전시상태처럼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를 유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지요?


오늘 세계이모저모 시간에는 역사가 보여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전개 과정에 대한 대략적인 고찰을 통해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코비드 19를 입체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인류역사가 시작되어 겪은 가장 대표적인 두 차례의 치명적 전염병 사례를 살펴본다면 그것은 중세의 흑사병과 20세기 초의 스페인독감입니다.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비단무역 길’은 중세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역로였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당시 이 길을 통해 많은 재화와 문물이 오갔고 사람들의 의식주에 빠른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부정적 요소도 함께 그리고 빠르게 운송했습니다. 중세 말기 이탈리아 피렌체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1345년과 1346년 피렌체를 비롯한 토스카나 지방은 대홍수의 악몽을 겪어야 했습니다. 곡물 가격은 급등했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사람들의 면역력은 급감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348년 여름 피렌체에 흑사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치사율은 60%가 넘었고, 불과 몇 달 만에 피렌체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흑사병은 이후 유럽 전체 인구 약 1억 명 가운데 25%인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합니다. 


피렌체의 소설가이자 인문주의자 지오바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는 페스트 유행 이전 피렌체 사람들은 지인이 사망하면 경건한 장례를 치렀지만, 페스트는 한순간에 모든 삶을 바꿔놓았다고 기술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이에 대한 동정심은 고사하고 시체로부터 병이 옮지 않을까를 걱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카치오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무서운 전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는 현실, 인간의 무력함을 고백하였습니다. 당시엔 격리고 방역이고 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무기력하게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신의 분노에 의한 징벌로 해석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다 북부 베네치아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처음으로 격리와 방역의 개념이 실천되었습니다. ‘방역(防疫)’을 뜻하는 영어 어휘는 “쿼런틴 quarantine” 즉 40일 입니다.


1377년 베네치아에서는 흑사병에 걸린 환자가 나오면 30일간 격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후일 격리 효과를 높이기 위해 40일(이탈리아어로 quarantenaria)로 연장되었는데, 여기서 오늘날 ‘방역’을 뜻하는 ‘쿼런틴’이란 단어가 유래했습니다.


흑사병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은 전염병 수준을 넘어선 신의 징벌이라 믿었고, 신에게 구원을 빌었지만 유럽 인구의 1/4이 희생되자 교회와 신에 대한 믿음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의 권위가 약해지면서 왕권은 강화되었습니다.


흑사병 대유행을 끝낸 것은 기도가 아닌 방역이었습니다. 각국, 각 도시 단위로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방역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생각 체계가 바뀌었습니다.


다음은 ‘스페인독감’과 필라델피아 비극에 대한 사연입니다. ‘스페인독감’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초여름이고,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9월에는 미국에까지 확산되었습니다. 9월 12일 미국 첫 환자 발생 보고 후 30일 만에 2만4천 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어갔고,  이어 50만 미국 시민이 사망했습니다.


1919년 봄엔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최다 5천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학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조선에도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된 스페인독감이 퍼지면서 700만 명 넘는 감염자와 14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엔 바이러스를 분리, 보존하는 기술이 없어서 오랜 시간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무려 87년 만인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재생한 결과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H1N1)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이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아형(亞型 sub-type), 혹은 변종이 사람에게 발병하는 흔한 인플루엔자의 유형으로 대감염, 혹은 지역 감염을 일으켜왔습니다.


돼지나 새에 의해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사스나 메르스, 신종플루도 모두 이 인플루엔자 A형의 변종들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사스든 메르스 든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임을 감안할 때, 코로나 19 바이러스 역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종입니다.


1918년 시작된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한 후 영국은 몰락했습니다. 반면 사실상 독감의 피해지인 미국은 신흥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세계 경제의 재편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공교롭게도 승전국과 패전국 할 것 없이 1차 세계대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대공황을 거친 뒤 세계 경제와 군사력의 초강자로 부상하는 대전환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비드 19 이후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될까요? 명백한 것은 지금 이후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설령 코로나 대 전염병 사태가 완전하게 진정된다 할지라도 변화의 흐름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 변화로 사람들은 마스크를 일상의 필수품으로 사용할 것이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중을 접하게 되는 이동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우선하는 소통이 정착할 것이라는 것이며, 세계의 모든 산업은 보건, 위생, 건강 등,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와  직간접으로 연결점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제도 경제운영방식 등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력갱생하고 방역을 해도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그 지역 경제는 얼마 가지 못하고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식보다는 내용이 우선하는 소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학교, 직장, 사회, 정치 나아가 국가 간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체나 참가자들은 종전과는 다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공개하고 협력을 위한 소통을 시작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를 통하여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합니다. ‘혁신’을 굳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의 모든 습관과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당연하게 여겨온 일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생활총화부터 혁명역사만 고집하는 수업 행태, 계획과 통제에 매인 직장 생활, 정치행사 등에 이르는 거의 모든 일상사의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인문학자 이자 역사학자인 윌리엄 맥닐은 명저 “전염병의 세계사”란 책에서 이런 귀한 말을 남겼습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의 운명과 함께할 것이며,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인간의 역사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수이자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근본 영향을 미치는 변수’ 앞에 서 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북조선 노동당 8차대회는 그런 측면세서 변화되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낡아빠진 “자력갱생” 대책만 내놓았습니다.

이제 북조선인민이 생존하는 길은 노동당이 하라는 대로 하면서 불안 속에서 배곯고 추위에 떨다가 죽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통하여 세계흐름에 동참하는 길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개혁방송의 조 현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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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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