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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오로 듣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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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리바이어던 편 (3)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는 자연권과 자연법

방송일
2020-11-13
진행
시간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지오로 듣는 철학>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도 고전 <리바이어던>을 통해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리바이어던이란 기독교 경전인 <성서>에 등장하는 강력한 바다 괴물입니다. 저자 토머스 홉스는 국가를 이 괴물에 비유하며, 국가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힘으로 인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자유의 권리인 자연권, 그리고 평등을 보장하는 법칙인 자연법에 대해 우선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국가에 일부 넘겨주어 상호 체결되는 약속, 즉 계약이란 무엇인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에 활동했던 영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인간이라면 응당 두 가지를 갖고 태여난다고 했습니다. 바로 자연권과 자연법인데, 청취자 여러분들은 이름이 비슷한 이 두 개가 무엇이 다른지 조금 헷갈리실 겁니다. 둘의 다른 점을 홉스의 립장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자연권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원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판단과 리성에 따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취하는 자유라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여 자유란 외부의 장애물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연법이란 리성에 의해 발견된 계률 또는 보통 규칙입니다. 자연법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생명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또한 생명을 보존하는 수단을 박탈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을 게을리 사용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자연권의 뜻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자유입니다. 그리고 그 자유는 리성의 지배를 받습니다. 리성이 내포한 뜻은 아주 많은데, 홉스가 말한 리성은 쉽게 말해 철저한 계산을 통해 자신의 리익을 챙기려고 할 때 최대로 발휘되는 정신입니다.

홉스는 자연권만 가지고 있는 인간은 대자연 속 야생동물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포식자가 적시에 약한 동물을 노리며 단숨에 잡아먹듯, 인간 역시 때가 되면 리성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려 합니다. 그 근거는 오직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는 데 있으며 그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연권만 가지고 있는 인간은 상대의 신체에 대한 권리까지도 지니게 되며, 이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을 결코 자유라 말하지 않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면 남을 함부로 해쳐도 된다는 말에 어느 누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홉스는 국가 형성 이전에 사람들 사이의 평화가 조성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던 철학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분별한 자연권을 견제할 대책으로 자연법이라는 법칙을 등장시켰습니다.

자연법이란 리성에 의해 발견된 계률이며 궁극적 목적은 평화의 추구입니다. 홉스는 자연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1호 자연법’을 설정했습니다. 1호 자연법은 “평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따르라”라는 명령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2호 자연법’에서도 평화 추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자연권, 즉 무분별한 자유를 기꺼이 포기해야만 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포기라는 이 단어에 반감을 보이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포기란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단념한다는 식의 사전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자연권의 포기란 자신이 권리를 포기했을 때,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든 상관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듯 다른 의미인 권리의 양도라는 것은 그 혜택이 특정 집단이나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의도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남에게 넘겨줌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리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권리의 포기나 양도는 모두 그 사람의 자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되며 권리를 주고받는 두 대상은 동등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국가와 개인 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자유 중 일부를 국가에 넘겨주고, 국가는 개인이 그곳에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와 같은 권리의 상호양도를 이르러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홉스가 말한 자연권과 자연법, 그리고 계약의 원리는 현대 국가에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백 년도 더 된 리론임에도 대부분의 나라가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리유는 그 리론이 그만큼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나라 사정이 저마다 다르기에 부분적으로는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민의 자유를 인정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건 모두가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민 여러분이 살고 계신 북조선의 실상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당국은 지난 10월, 당 창건 75돐 행사를 성대하게 마치자마자 인민들에게 80일 전투를 치를 것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녀름에 있었던 잇단 수해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을 복구하자는 그들의 취지를 결코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80일 전투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지나친 강제성에 있습니다.

물론 남조선에서도 수해 지역을 재건하고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합니다. 남조선 말로는 이것을 ‘사회 봉사활동’이라고 부르는데, 남을 도울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북조선의 80일 전투는 인민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이 기간에 오로지 재건 작업에만 몰두하도록 강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민들의 자연권 박탈이 버젓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서도 당은 훈장 몇 개만 수상하고 신문에 몇 차례 보도하는, 허울뿐인 감화 교양만을 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80일 전투는 인민과 나라 간의 평등한 계약이 체결되어 시작된 과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국가에 로동력을 바친 만큼 돌아오는 것은 없으니, 인민들은 나날이 지쳐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만약 80일 전투에 참여하고 계신 청취자가 계신다면 자신이 이번 과업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또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홉스가 말한 것처럼 상호 대등한 계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지도 여러분의 현실에 비추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라지오로 듣는 철학> 열한 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리바이어던>의 내용 중 자연법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정환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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