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오로 듣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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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편, 5회 백두산보다 커다란 터럭 한 가닥

방송일
2020-08-07
진행
시간

Z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전 <장자>의 이야기 속 숨은 뜻을 알려드리는 <라지오로 듣는 철학>,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시간이 제멋대로 흘러간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모두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고된 로동을 할 때,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그렇지만 여가 생활을 즐기는 동안엔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갑니다. 분명 똑같이 흐르는 시간인데, 시간은 왜 제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일까요?


이 오묘한 경험의 해답을 장자의 가르침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장자는 고대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로,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에 태어난 인물입니다. 장자는 당시의 중국 인민들에게 수많은 삶의 지혜를 가르쳤는데, 그중의 하나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장자의 이야기는 정말로 희한합니다. 막 자란 짐승의 털이 백두산보다 클 수 있고, 갓난아기가 노인보다도 더 오래 살았다고도 합니다. 인민 여러분들이 듣기에도 아리송하실 겁니다. 과연 이것의 진정한 속뜻과 장자가 전하고자 했던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그 이야기를 먼저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가을철 짐승 털끝보다 더 큰 것은 없으니 백두산도 그지없이 작은 것입니다. 갓나서 죽은 아기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으니 팔백 년을 살았다던 팽조도 일찍 요절한 사람. 하늘과 땅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모든 것이 나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원래 하나인데 달리 무엇을 더 말하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모든 것은 하나라고 했으니, 어찌 아무것도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라는 것과 제가 방금 말한 ‘하나’가 합하여 둘이 되었고, 이 둘과 본래의 하나가 합하여 셋이 됩니다. 이처럼 계속 뻗어 가면 아무리 셈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끝을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이니 보통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하겠습니까? 없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가도 이처럼 금방 셋이 되는데, 하물며 있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갈 때야 일러 무엇합니까. 그러니 부산하게 좇아 다니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그러하다고 받아들입시다.


장자는 세상을 하나로 보았습니다. 하늘과 땅이 나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나를 둘로, 둘을 다시 셋으로, 그렇게 계속해서 나누다 보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 장자는 애초에 셀 수도 없는 것들을 무한히 나누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세상은 하나라는 진리를 터득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 가르침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이 크기와 시간에 대한 역설입니다. 가을철 짐승의 터럭은 털갈이 후에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여리고 작은 털입니다. 반면 백두산은 조선반도의 둘도 없는 명산입니다. 그런데 장자는 털 한 가닥이 백두산보다 크다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가 된 세상에서는 길고 짧음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뜻입니다. 털이나 백두산이나 하나 된 세상을 구성하는 같은 존재인데 무어가 더 크니 작니, 하는 것은 의미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여전히 리해하기 어려우시다면,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십시오. 이나 벼룩에게는 짐승의 털이 한없이 길어 보일 겁니다. 반면 여러분들이 우주로 나가 지구 속 백두산을 바라보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을 것입니다. 이처럼 길이, 크기 따위의 척도는 보는 이마다 전부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음은 시간의 역설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장자의 이야기 중, ‘팽조’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팽조는 중국에서 칠백에서 팔백 년을 살았다던 전설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장자는 몇백 년을 살았다던 팽조보다 갓난아기가 더 오래 살았다고 말하니, 이 역시 쉽게 리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장자의 가르침을 다시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의 길고 짧음 또한 길이와 마찬가지로, 하나 된 세상에서 그 척도를 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연의 만물은 하나이기에 누가 더 오래 살고 일찍 죽느냐를 비교하는 것은, 세상을 쪼개서 보려는 인위적인 생각에 불과한 것입니다.


일상적인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하루살이의 눈에는 갓난아기의 삶도 장수한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지질학의 관점에서 본 팽조의 삶은 그가 몇백 년을 살았다 한들, 지구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비유가 더 있습니다. 가령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보더라도, 두 살배기의 아기에게는 평생의 절반이므로 아주 긴 시간처럼 느낄 테고, 여든 살을 산 노인에게는 짧은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이처럼 같은 1년이라는 시간이지만, 저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른 법입니다.


그러므로 대상의 크고 작음이나, 시간의 길고 짧음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결국 뭐든지 나누고 쪼개어 보려는 사람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렇지만 북조선 당국은 철저한 상하 관계를 만들어 지도부를 신성화시키고 인민들이 복종하게끔 만듭니다. 계층과 계급에 따라 인민의 성분을 구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래야 지도부가 인민 위에 군림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조선 지도부가 만들어낸 출신 성분은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는 인위적인 제도입니다. 즉, 인민을 통치하기 위한 허구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장자는 인간이 세상을 하나로 보아 자연의 모든 것과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면,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성인이란 뛰어난 지혜와 덕을 갖춘 사람이란 뜻으로, 많은 이들이 존중하고 우러러봅니다. 그렇기에 북조선 당국은 인민 여러분들이 성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여러분들이 세상이 하나라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면, 당국은 더이상 인민을 마음대로 통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구의 체제와 제도를 만들며 인민을 억압하는 정치는 오래 지나지 않아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인민 여러분들도 세상을 하나로 인식하면서 구분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기르시고, 장차 새롭게 펼쳐질 북조선 사회의 당당한 주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라지오로 듣는 철학> 다섯 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도 <장자>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로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정환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입력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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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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